TV의 두께는 어디까지 얇아질 수 있을까. 5년 전만 해도 50㎝를 넘나들던 두께가 요즘은 5㎝ 미만으로 떨어졌다. 영상 화질 음질이라는 소프트 파워에서 크기 두께 등의 하드웨어로 경쟁의 축이 이동하고 있는 양상이다. 업계는 앞으로도 더욱 얇아진 제품들을 내놓는다는 계획이어서 '초슬림'을 향한 경쟁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1일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하반기 전략제품 발표회를 열고 세계에서 가장 얇은 44.4㎜의 크리스털 슬림 LCD(액정디스플레이) TV '파브 보르도 850' 등 전략제품 8종을 선보였다.

이날 열린 발표회에 참석한 신상흥 삼성전자 전무는 "앞으로는 '초슬림'이 TV 업계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TV 어디까지 얇아지나

삼성전자가 이번에 내놓은 보르도 850은 52인치 크기지만 두께가 44.4㎜로 담뱃갑 정도에 불과하다. 동급 사이즈의 LCD TV 두께가 105㎜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초박(超薄)형 제품인 셈이다. 이 제품은 LG전자가 지난 5월 선보였던 '스칼렛 슈퍼슬림'(44.7㎜)보다 0.3㎜가 얇다. 신 전무는 "이번은 연습게임에 불과하다"며 "내년에는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얇은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TV 두께는 기술의 진화와 궤를 같이 한다. 삼성전자는 2005년 '디지털 슬림'이라고 불리는 29인치 크기의 브라운관 TV를 선보였다. 575㎜에 달하던 브라운관 TV의 두께를 390㎜로 대폭 줄이면서 삼성전자는 '슬림 TV'시대를 열었다. 이듬해 삼성전자는 LCD TV인 '보르도 TV'를 내놓으면서 TV 얇기를 브라운관의 3분의 1 수준(105㎜)으로 줄였다. 삼성전자는 와인잔을 형상화한 디자인에 얇기를 대폭 줄인 이 제품으로 2006년 일본의 소니를 제압하고 세계 LCD TV 시장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도 30㎜ 안쪽의 얇은 TV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래 '두께 경쟁'의 핵심은 LED

삼성전자는 LED(발광다이오드) 기술이 TV 업계 초슬림 경쟁의 승부를 좌지우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LCD는 영상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광원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LCD 패널 뒷면에 형광등과 같은 냉음극 형광램프(CCFL)를 덧붙여 사용해왔는데 이를 전기만 흘려주면 빛을 발하는 LED로 대체할 경우 TV 두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값이 비싸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에만 LED를 사용해왔다.

삼성전자는 이날 초슬림 TV와 함께 LED를 광원으로 사용한 '파브 보르도 950'(55인치 750만원)과 '파브 보르도 780'(40인치 290만원)을 선보였다. LED를 사용한 LCD TV 대중화를 위해 40인치대와 50인치대의 제품을 전략적으로 내놨다는 설명이다.

LED를 쓴 제품은 디자인도 달리했다. 검정ㆍ빨강을 조합한 크리스털 로즈 디자인 대신 검정ㆍ파랑이 섞인 '오션블루' 색상을 입혔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이번 하반기 전략제품으로 세계 TV 1위 굳히기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