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보수적 접근 필요

지난해 한국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조선 철강 화학 기계 해운 등 이른바 '중국 관련주'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작년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의 주역이기도 했던 중국 관련주의 올림픽 이후 향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 후 중국 경기가 하강할 경우 관련 종목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관련주들이 그동안 충분한 조정을 거쳐 이미 싸질 만큼 싸졌기 때문에 하락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도주 복귀는 힘들 듯

그동안 중국 관련주의 상승은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이뤄져 왔다. 하지만 중국이 적정 수준의 성장으로 방향을 잡은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급등은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관련주를 모멘텀 주식으로 생각한다면 파는 게 맞다. 과거와 같은 급등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연구위원도 "시장의 시선은 항상 미래를 향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중국 관련주의 상승은 이런 미래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감안하면 주도주 복귀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관련주의 세대 교체를 점치는 의견도 나온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향후 성장은 투자에서 소비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소재와 산업재 중심의 중국 관련주도 소비 관련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단기간에는 힘들지만 가전과 자동차 등이 기존 중국 관련주의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철강 화학 등 일부 중국 관련주는 그동안 상품가격 상승의 흐름을 탔지만 최근 세계적인 상품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주가가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서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낮아진 주가와 공급 부족은 호재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종이나 종목은 그동안 충분한 조정을 거쳐 고평가를 해소한 데다 업황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측면에서 보면 중국 관련주의 대표주자인 포스코 현대중공업 대한해운 등은 지난해 고점보다 30~50%가량 조정을 받은 상태다.

업종별로는 조선업이 여전히 관심을 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선산업의 호황과 불황을 알 수 있는 수주 잔량이 올해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고 조선경기를 좌우하는 신조선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호황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철강업종도 수급 여건이 유리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윤식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철근값이 여름철 비수기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며 장기 하락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련주의 미래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조윤남 팀장도 "조선 철강주 등은 중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함께 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실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화학업종의 경우 이미 중국 경기 하락 가능성을 선반영해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상태이지만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등 일부 종목은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긍정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해운업체는 세계적인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로 물동량 감소라는 악재를 만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