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타야 제맛
여름철에 롤러코스터가 빨라지는 이유는 레일과 롤러코스터 사이의 마찰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의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친 윤활유는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팽창하면서 점도는 낮아진다. 운동하는 물체에 대한 저항을 뜻하는 마찰력이 줄어들면 바퀴의 움직임이 원활해지면서 속도가 가속된다.
비가 온 뒤에는 레일과 바퀴 사이에 수막(水膜) 현상이 생긴다. 자동차가 물이 있는 노면을 고속으로 달리면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물이 튈 여유가 없어 타이어가 노면과 접촉을 하지 못하고 얇은 수막 위를 활주하는 상태가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수막 현상이 발생하면 레일 위의 마찰력이 감소하는 만큼 롤러코스터는 더 빨리 달리게 된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롤러코스터의 평균 속력은 100㎞ 정도이지만 여름철 비온 직후에는 평균속력이 120㎞ 이상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뒷자리가 더 무섭다
롤러코스터의 맨 앞자리에 탑승하면 가장 먼저 낙하를 경험한다는 긴장감과 낙하 순간을 눈으로 느낄 수 있다는 짜릿함 등이 섞여 심리적인 공포가 최대치에 이른다. 하지만 물리적인 공포는 'G포스(Gravity Forceㆍ중력가속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뒷자리가 가장 크다.
에버랜드의 롤러코스터인 'T Express'의 최대 G포스 값은 약 4.5G.이는 자기 몸무게의 4.5배에 달하는 압력을 받는다는 의미다. 공군 F-16 전투기 조종사들이 임무 수행 중 느끼는 G값이 약 6G로 알려져 있다.
맨 앞자리에 타면 4.5G에 해당하는 스릴을 모두 느끼기 어렵다. 낙하가 시작되면 앞자리부터 떨어지기 때문에 아직 위쪽 고점에 있는 뒷자리 열차가 G값을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T Express'의 경우 맨 뒷자리에 탑승한 사람이 56m에 이르는 낙하구간 동안 4.5G를 줄곧 느낄 수 있는 것에 비해 맨 앞자리 탑승객은 30m 낙하한 뒤부터 느끼게 된다.
롤러코스터의 공포를 100% 즐기려면 야간개장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둠 속에서 공을 주고받으면 낮보다 속도가 빨라진 듯한 느낌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주변이 깜깜해 공이 날아오는 순간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이같이 착각하게 된다. 따라서 롤러코스터의 고수는 가랑비나 이슬비가 오는 여름밤 맨 뒷자리에 탄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