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는 아무리 진지한 독일인이라고 해도 무더운 여름이 되면 서늘한 추리 공포 소설을 즐기며 잠시 더위를 잊곤 했다. 하지만 올 여름 독일 출판시장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추리나 공포 소설류는 찾아볼 수 없고 대신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과 실용 서적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Wer bin ich?(나는 누구인가)>>는 대중 철학 서적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독일인들이 이 뜨거운 여름,철학 서적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철학은 소크라테스,플라톤 등 철학자들의 이름과 사상을 외워야 하는 따분한 학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철학은 심리학이나 과학 등 다른 학문들과 결합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고 있다. 철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 리처드 데이비드 프레히트(Richard David Precht)는 이 책을 통해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실용적인 철학 세계로 안내한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진실은 있는 걸까,인간을 복제해도 되는 걸까,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등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는 문제들에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게 이 책의 인기 비결이다.
'즐거움 없는 배움은 슬픈 인생으로 가는 길이며,배움 없는 즐거움은 멍청이가 되어 가는 길이다. '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 삶의 진정한 즐거움은 배움과 함께할 때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올 여름 한국의 독자들은 과연 무엇을 배우며 즐길 준비가 되어 있을까.
<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