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제임스 처치의 소설 ≪평양의 이방인≫(황금가지)이 한국에서 출간됐다. 이 소설은 2006년 미국에서 발표되면서 대단한 화제를 모았다. 배경이 북한인 데다 작가가 서방 정보요원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작가의 신상에 관한 모든 사항은 베일에 싸여 있었고 '제임스 처치'라는 이름이 가명이라는 점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사나 신문사 인터뷰에서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작가가 과연 정보요원 출신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아직까지 일고 있을 정도다.
10일 서울을 방문한 작가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아시아에서 수십 년간 경험을 쌓은 전직 서방 정보요원으로 다년간 한국을 떠돌았다"고 자신을 소개했을 뿐이다. 얼굴을 공개하는 것도 여전히 거부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말을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다"면서 "한국인들은 북한 사람들이 모두 북한을 떠나고 싶어 한다고 믿지만 실상 인간은 자신이 이미 살고 있는 환경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북한에 가기 전에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연구했지만 처음 북한에 도착하는 순간 내가 그동안 가졌던 지식과 고정관념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며 "북한에서는 마치 1960~70년대의 한국에서처럼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평양의 이방인≫은 평양 인민보안성 526호실 소속의 수사관 '오 수사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오 수사관은 조사과정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2개의 북한정부 관련 밀수조직을 파고 든다. 이 작품에는 북한 핵문제나 식량 문제 등 정치적인 이슈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순수한 추리 소설에 가깝다. 다만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르포 형식으로 전개했다.
미 노틸러스 연구소의 북한 문제 전문가인 피터 헤이예스는 이 소설을 "북한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더욱이 모든 공산국가들이 패망했지만 북한이 어떻게 지금도 생존하고 있는지를 가장 잘 공개한 설명서"라고 평가했다. 그는 ≪평양의 이방인≫의 오 수사관을 주인공으로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숨겨진 달》이라는 소설을 출간했다. 앞으로 같은 인물을 중심으로 2권을 더 쓸 계획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