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 잘된 만남!

지난주까지 이른 장마인가 싶을 정도로 소낙비가 며칠째 거칠게 내리더니만,이번 주에는 화창한 날씨가 외출을 유혹한다.

살랑이는 시원한 바람과 아직은 견딜 만한 따사로운 햇살이 뽐내는 6월이다.

비지땀을 쏟는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걸어 다닐 수 있는 가족 나들이 명소로 동물원은 어떨까.


서울 근교에도 크고 작은 동물원이 여럿 있지만 특정 동물을 주제로 한 경기도 고양시 원당의 테마동물원 '주주'는 두 시간 안에 다 돌아볼 수 있고 호숫가를 돌며 산책 또한 즐길 수 있어 주말 오후를 보내기에 부담이 없다.

파충류 위주의 동물원으로 특히 뱀이나 악어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장소이다.

12세 이상 다소 큰 어린이에게는 그리 탄성을 자아낼 만한 곳은 아니지만,걸음을 걸을 수 있는 꼬마부터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풀어 놓은 오랑우탄 뱀 같은 동물들과 토끼,돼지,염소,사슴 등 친숙한 가축 동물들을 직접 만지고 먹이도 주며 체험할 수 있어 호응도가 높다.

뱀을 좋아하는 하나(딸) 덕에 서너 번 이상 족히 온 곳이다.

우리 가족이 올 때마다 유독 서양인을 좋아한다는 오랑우탄이 앤디씨(남편)를 껴안고 놓아주지 않아 재미있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 식탐이 가득한 나는 이곳 동물들을 보며 음식을 떠올리게 되는데,아이들이나 동물애호가들에게 비난받겠지 싶어 조심하게 된다.

아마도 음식 분야에 몸담아 온 십수년 세월에서 생긴 직업병이 아닐까 싶다.

동물들도 보고 산책도 하고 나면 식사 시간에 맞춰 주변 맛집 체험에 나선다.

고양시의 유명 맛집 중 쥐눈이 콩으로 한정식을 내는 식당 '쥐눈이 콩 마을'(031-965-5990)이 있다.

모든 재료에 건강에 좋은 쥐눈이 콩으로 맛을 낸 퓨전 한정식 코스를 2만~3만원대에 맛볼 수 있다.

장 담그는 시설과 장독대를 둘러보는 것은 덤이다.

좀 더 저렴하고 맛깔스런 식당으로 '송화'(031-966-8889)가 있는데,주말에는 적어도 20분은 기다려야 하는 산채비빔밥(6000원) 전문 식당이다.

사실 산채 비빔밥이라 하지만 특별한 산나물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콩나물 무나물 도라지 취나물 고사리 호박나물 등 우리네 가정에서 익숙한 재료들이다.

하지만 커다란 그릇에 보리밥을 넣고 각종 나물과 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는 정감이 있고,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곳이라 인기몰이를 한다.

더 맵고 자극적인 비빔밥을 원한다면 같은 가격의 주꾸미 볶음을 함께 넣어 비벼 즐기는 것도 좋다.

또 하나의 맛스러운 식당은 '원당헌'(031-965-0721)으로,감자탕과 뼈해장국이 유일한 메뉴이다.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만큼 너무 맵거나 진하지 않은 육수에 부드럽게 삶아진 뼈다귀는 서민들의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 음식으로,들고 뜯어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사실 '송화'와 '원당헌'은 와인을 들고 가서 즐기기에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곳이긴 하지만 다양한 향미가 들어 있는 나물 비빔밥과 삶은 고기가 들어간 뼈해장국 같은 미묘한 배합의 음식들을 즐길 때 와인을 곁들여 볼 만하다.

여기에 어울리는 여름 와인으로는 달지 않은 로제 와인이 적당하다.

프랑스 남부나 스페인에서는 여름에 특히 로제 와인이 강세이고 생산량도 많다.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 콜드 커트(Cold Cuts:햄,소시지,살라미 같이 말린 고기류를 총칭)나 여러 재료를 섞어 놓은 샐러드류를 즐길 때 좋다.

화이트 와인으로는 힘이 부족하고 레드 와인을 마시기에는 너무 더워 부담스러울 때,로제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 같다.

한국에서는 보통 로제 와인이 약간의 탄산이 든 달달한 와인이라 알려져 술에 약한 여성들이 선호하지만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 의외로 강한 드라이 로제 와인들도 많다.

스페인의 대표 품종인 템프라니오(Tempranillo)와 보르도 품종인 메를로(Merlot)를 섞어 만든 와인 '마르퀴스 모니스트롤'(Marquis Monistrol)은 오일리(oily)하고 비에 씻긴 듯한 체리향이 묻어 있는 중성적인 느낌이기에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 있는 비빔밥류의 음식을 즐길 때 더욱 두드러진다.

그 음식 하나 하나의 재료를 살려줄 수 있는 여름 와인이다.

< 음식문화 컨설턴트 toptable22@naver.com 사진=김진화 푸드 포토그래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