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0여개 공기업을 '공모제 활성화 기업'으로 지정해 민간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기로 했지만 지난 정부 시절 이름뿐인 공모제에 치이면서 하나둘 마음이 떠나버린 민간 전문가들을 다시 불러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결국 이를 바로잡으려면 제도와 행태 양측면에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본지는 곽채기 동국대 교수(행정학),박천오.주재현 명지대 교수(행정학),이창양 KAIST 교수(경영학) 등 공공부문 지배구조 개선 관련 전문가들에게 제도 개선 방안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우선 기관의 특성과 직위별 성격 등을 분석해 기관장의 직무 성향과 인선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효율성이 중시되는 기관(인천공항공사 등)이라면 경영능력을 최우선으로 해서 선임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정책과 보조를 맞춰야 하거나(주택공사 토지공사 등),공공성이 중시되는 기관(한국개발연구원 등)이라면 정부와 비전을 공유하고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누적된 부실로 경영혁신이 필요한 기관에는 추진력과 구조조정 경험이 있는 이를 선임하겠다는 등 기관별 인선 원칙을 정하고 미리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후보자들에게 공모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지적됐다.

연초에 연간 일정을 발표하고 공고 내용을 구체화하는 한편 적임자를 찾기 위해 헤드헌팅 업체 등을 활용해 적극적인 모집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또 관료와 정치권의 입김을 철저하게 배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추천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와 심사의 공정성 확보를 중요한 과제로 지적했다.

추천위원 구성에 있어서 주무부처와 관련된 인물을 철저히 배제하고 '회전문식' 민간위원 위촉 관행을 바꾸기 위해 '위원 풀'부터 다양화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최종적으로 임명권자에게 올릴 복수 후보자를 선정할 때 무기명 투표를 의무화하고 선임의 전 과정을 회의록으로 남기고 5년 이상 보존을 의무화해 다음 정권에서 사후적인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낙하산 인사' 시비를 줄이기 위해서 공공기관장 공모의 원칙으로 영국에서 하고 있는 독립적 심사 실행 지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곽 교수는 "내부 발탁이냐 외부 임용이냐가 낙하산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며 △장관의 책임 △실적 △독립적 심사 △기회 균등 △결백 △공개성과 투명성 △비례성등 7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