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은 건당 3000원(타행 송금시)에 이르는 창구 송금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은행들은 현재도 원가 이하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자칫 송금 수수료 문제가 펀드 및 보험 판매 수수료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다.
◆소액 송금 수수료가 발단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최근 은행연합회를 통해 송금수수료 인하 방안을 마련해 조치하라며 은행권에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는 연합회를 통해 은행들에 배포한 '은행 소액 송금 수수료 인하 협조 요청'공문에서 수수료 수입과 주요 비용 항목을 세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원가 측면에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비용 측면보다는 은행 이미지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업계 자율로 수수료를 내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은 금액이 소액이어도 타행이체 수수료로 일률적으로 3000원씩 받고 있다.
타행 이체가 아닌 자행 이체시에도 건당 1000∼15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소액을 송금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
은행들이 편의적으로 송금 수수료 체계를 10만원 이하,100만원 이하,100만원 초과로 단순화한 탓에 서민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이 최근 10만원 이하 송금에 대해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 것도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한 조치다.
은행들은 청와대의 개입이 시장자율에 어긋난다고 하면서도 수수료 인하를 검토 중이다.
◆송금수수료 은행 수익기여 미미
지난해 국내 은행이 벌어들인 송금 및 자동현금인출기(ATM) 등의 이용수수료는 7019억원으로 전체 수익의 1.7%에 불과했다.
전년(7768억원)에 비해 749억원 감소한 수치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벌어들인 창구 송금 수수료는 700억여원으로 지난해 순익 1조7774억원의 3.9%였다.
청와대도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창구 송금 수수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수익 기여도가 낮은 반면 민원이 잦은 만큼 은행 스스로 수수료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전달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건비 등을 감안할 경우 창구 송금의 원가는 3100원 수준으로 수수료 수입보다 높지만 고객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수수료로 확대될까
은행들의 이 같은 반응은 창구 수수료 문제가 자칫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펀드 및 방카슈랑스 수수료로 확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시중은행이 펀드 및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은 4조6886억원으로 전체 순익 15조170억원의 31.2%에 달한다.
송금 수수료 논란이 다른 수수료의 적정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쪽으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순이자마진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은행으로서는 경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은행들이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경영 노하우를 개발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고 손쉬운 수수료 수입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