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이 당내 입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정 의원은 29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정 의원이 단독 출마해 합의추대된 최고위원직은 친이(親李)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사퇴로 비어있던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앞서 오전에는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비공개로 이 당선인을 독대하고 방미활동 결과를 보고했다. 당선인 비서실은 비공개 이유에 대해 "최근 당선인 일정이 언론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된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으나 앞서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국회부의장과의 면담이 언론에 공개됐던 것과 대비된다. 독대 과정에서 정치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를 놓고 당 주변에선 당선인을 대변하기 위한 '힘(최고위원직)'과 '실리(이 당선인 독대)'를 하루 사이에 얻었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실제 정 의원은 방미 기간에 "좋은 경쟁구도를 만들어 좋은 (당대표) 후보가 나와야 (당선인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법"이라고 밝힌 바 있어 박 전 대표와의 경쟁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오는 4월 총선과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정 의원의 비공개 특사보고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