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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속 2007 대선 '감동이 없다'

대선후보들의 말 한 마디는 민심을 움직이고 대선 판세를 좌우하는 지렛대가 된다.

감동적인 명언 하나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변수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의 경우 '문제는 경제야,바보들아''위대성의 시대' 등의 캐치프레이즈가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반면 17대 대선을 열흘 앞두고 각 후보들이 내건 메시지는 아직까지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美 선거 슬로건

미국 대선은 슬로건 하나에 선거캠프의 운명을 건다.

국민의 가슴을 때리는 메시지 하나가 유권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980년 지미 카터는 "미국 정신의 위기"를 말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위기감을 부추겼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는 "인터넷은 내가 발명했다"고 해 조소를 샀다.

전문가들은 이런 예를 '언어적 자살'이라고 표현했다.

정치인이라면 날씨가 궂다고 찌푸리기보다 무지개가 뜰 거라고 빗속에서나마 웃음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기막힌 구절과 통렬한 문장 하나가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인 사례도 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은 "여러분, 4년 전보다 형편이 나아지셨습니까"를 대선 슬로건으로 내걸어 국민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리더십을 각인시켰다.

1992년 빌 클린턴은 캐치프레이즈로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들아'라는 격정적 언어를 사용해 경제대통령의 이미지와 함께 대중적 각성을 이끌어냈다.

◆2007년 한국의 대선…감동 없는 말의 성찬


정치 전문가들은 올 대선의 특징 중 하나로 '감성전략의 부재'를 꼽는다.

'죽느냐 사느냐'식 네거티브 공방으로 일관,감동이 없는 선거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선후보 캠프별로 유권자들에게 가장 감동을 준 명언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한 결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측은 "대통령이 못될 정도로 문제있는 삶을 살지 않았다"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측은 "거짓말하는 대통령은 안 된다.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를 각각 추천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열두척의 배가 남아있다.

아직 이회창은 죽지 않았다"를 내세웠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사람중심의 진짜 경제', 권영길 민노당 후보는 '부패와 특권·금기에 맞서는 권영길'을 주장했다.

정치컨설팅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후보의 철학이 담긴 말 한 마디는 국민통합적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올 대선은 특정후보의 의혹을 검증하는 네거티브에 치우쳐 결국 어느 후보도 국민을 하나로 묶는 '감동적 언어'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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