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세계에서 으뜸가는 장수 민족의 하나이며,이들이 생선을 많이 먹는 게 장수 비결 가운데 첫 번째로 꼽힌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 생선 요리인 스시는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들도 즐겨 먹을 만큼 세계적인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웰빙 음식으로 인기를 모으며 '수사(壽司.스시)' 간판을 단 음식점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밥과 생선,어패류를 조화시켜 깊은 맛을 내는 스시의 원래 어원은 '酸し(스시)'다.

스시에 들어가는 밥에 소금과 함께 식초가 들어가 신맛을 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설탕도 첨가했지만 요즘은 느끼해진다며 설탕을 빼는 추세다.

조리사가 쥐는 초밥의 밥알 수는 보통 200~230개 정도.

스시는 지역에 따라 도쿄 지방의 '니기리 스시'(주먹초밥),오사카 등 간사이 지방의 '하코 스시'(상자초밥)와 밥 위에 회를 올린 '지라시 스시',김밥처럼 생긴 '마키 스시' 등 조리 방법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 왔지만,국내에서는 주로 '니기리 스시'가 많이 팔린다.

초밥은 일본 에도 시대(1603~1867년)부터 금방 상하기 쉬운 생선을 먹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하다가 탄생했다고 한다.

특히 서민을 상대하던 노점에서 푹 삭힌 생선과 함께 먹었던 것이 원형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선에 소금 간을 해 조밥이나 메밥에 버무려 놓았다가 삭은 후 먹던 '식해'가 일본으로 전해져 초밥으로 발전했다는 설(說)도 있다.

일본에서는 원래 '샤리'(밥)와 '다네'(재료)의 비율이 5 대 5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급 초밥집들이 '다네'의 양을 늘리고 있다.

국내 고급 음식점에서는 재료를 밥보다 2배 정도 더 많이 얹어 내놓는다.

식도락가들이 많이 찾는 국내 스시집 몇 곳을 소개한다.

◆무라타(02-3445-7767)=신라호텔 출신으로 서울 압구정동 '와라이' 주방장으로 일하던 박지수씨가 최근 청담동에 문을 연 곳이다.

'스시효' 안효주씨와 함께 국내 초밥업계에서 쌍벽을 이루는 인물로 꼽힌다.

두툼한 손으로 빚어내는 초밥은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대부분 단골이다.

카운터에 앉으면 도미 광어 피조개 학꽁치 연어알 문어 등 잘 손질된 횟감들이 눈에 들어온다.

먼저 흰살 생선인 광어 도미로 입맛을 돋우면서 초밥의 향연이 시작된다.

이곳은 초밥을 먹으면 회 맛이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야키' 또는 '아부리' 초밥이라고 부르는 숯불에 살짝 익힌 참치 뱃살과 관자 초밥은 숯향이 입과 코를 동시에 자극한다.

성게알을 업고 있는 문어 초밥은 독창적인 생김새만큼이나 입안에서 형언하기 힘든 복잡 미묘한 맛을 전달해 준다.

바닷장어는 입에 들어가는 순간 스르르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연어를 다시마에 졸인 것은 연어의 맛을 한층 배가시켰다.

김의 도움 없이 초밥 위에 딱 자리 잡은 성게알은 입에 들어가면 밥알을 감싸듯이 입안을 꽉 채워 주는 느낌이다.

점심에 4만5000원짜리 초밥 코스는 20가지 이상의 최고급 초밥이 서비스된다.

저녁에는 초밥에 사시미,요리 등을 추가해 8만원을 받는다.

주방장의 사시미 스페셜 코스는 13만원.

◆기꾸(02-794-8584)=서울 동부이촌동 현대아산병원 건너편에 있다.

1인당 4만원을 내면 2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초밥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밥을 조금 하고 회를 길게 썰어 내 준다.

도미 광어 등 흰살 생선에 이어 기름진 방어와 참치뱃살 전복 학꽁치 보리새우 가리비 등이 뒤따르고 새조개 코끼리조개 북방조개 등이 입안을 바다 내음으로 가득 채운다.

횟감은 숙성이 잘된 데다 밥과의 조화가 뛰어나다.

회를 먹는 중간 중간 마시는 '장국'은 게와 조개를 넣어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고등어 초밥을 먹고 나면 김말이 초밥이 서비스된다.

성게알 김말이,연어알 김말이,장어 초밥,참치 다진 것 등을 집어먹다 보면 배가 너무 불러 온다.

자리가 많지 않아 예약하는 게 좋다.

◆스시효(02-545-0023)=신라호텔 출신인 안효주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엄선한 최고의 재료를 사용한다.

쌀과 식초를 일본에서 공수해 올 때도 있다.

식초는 '아까스'라고 청주를 만들고 난 술 찌꺼기로 만든 것을 사용한다.

밥에 가미하면 검붉은 색깔을 낸다.

초밥 위에 뿌려지는 소금이나 하다못해 곁들이로 나오는 '쯔께'(단무지)조차 제일 비싼 재료를 사용한다.

독창적인 초밥이 다수 제공된다.

엄지 손가락 만한 오징어를 절여 내놓는가 하면 오징어 안에 '시샤모' 알을 가득 채운 초밥,보리새우가 성게알을 업고 있는 초밥,어란 위에 따뜻한 성게알을 올린 초밥 등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연어알 계란 아보카도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어 말은 초대형 김밥도 일품이다.

너무 비싼 게 흠이다.

가격이 정해진 게 없다.

점심에 초밥만 먹어도 1인당 7만~8만원이 넘는다.

◆스시겐(02-320-5511)=서울 동교동 로터리 '린나이 코리아' 건물 1층에 있다.

큰 그릇에 초밥을 깔고 그 위에 각종 횟감을 올린 '지라시 스시'가 유명하다.

각양각색의 회가 올라가 있어 눈으로 먼저 먹게 만든다.

도미 참치 성게알 문어 학꽁치 연어알 오징어 아나고 피조개 등 10여 가지 넘는 재료가 그릇을 가득 채운다.

비벼 먹으려 하지 말고 회를 한 점 와사비와 함께 간장에 찍어 먹은 뒤 초밥을 조금 떠 먹으면서 맛을 음미하는 게 좋다.

가격은 2만~3만원.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