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뭉게구름을 머금은 잔잔한 바다를 품고,뒤로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싼 산맥을 등지고 있다.

일조량이 많은 기후조건은 당도 높은 과일을 맺게 하고,호수같이 깊고 푸른 내해(內海)는 풍부한 해산물이 넘쳐나게 만든다.

일찍이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창출해낸 다양한 문화유산이 곳곳에 살아 움직이고,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일본의 속살을 보여주는 곳.바로 혼슈 서남부 주코쿠(中國)지방의 오카야마(岡山)현이다.

오카야마는 임진왜란 이후 1607년부터 파견된 조선통신사의 발길이 닿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나라와 교류해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한 뒤 일본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의 조선침략을 반성하고 두 나라 사이의 우호관계를 회복하고자 조선에 통신사를 요청한다.

통신사(通信使)는 말 그대로 '서로 신뢰로 통하는 사절'이란 뜻.조선 조정에서는 이에 응해 1607년 2월29일 정사(正使) 여우길(呂祐吉)이 이끄는 504명의 조선통신사를 파견한다.

그 일행이 한양을 출발해 부산에서 배를 타고 쓰시마섬을 지나 거쳐 갔던 곳이 오카야마의 항구도시 우시마도((牛窓)다.

이후 1811년까지 12번에 걸쳐 이어졌던 당시의 조선통신사 일행의 모습과 유물들을 전시하는 가이유(海遊)문화관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통신사 일행의 숙소로 사용된 고찰 혼롄지(本蓮寺)는 일본의 국보급 사찰로 특히 3층 목조탑이 유명하다.

우시마도는 또 동양 최대의 올리브원과 요트하버 등 그리스풍의 매력으로 인해 '일본의 에게해'라고도 불린다.

오카야마의 랜드마크는 뭐니뭐니해도 오카야마성과 그 옆에 위치한 고라쿠엔(後樂園)이다.

오카야마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집안의 최고집정관 5명 중 한 사람인 우키타 히데이에가 1597년 총 8년간의 축성기간을 거쳐 완성한 높이 20m의 복합식 성곽이다.

여타의 일본 고성과 생긴 모양은 비슷하지만 창문 주위의 바깥벽을 검은 판자로 둘러싸 '까마귀성'(烏城)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3층으로 된 성곽의 2층엔 성주의 방이 옛 모습으로 재현돼 있다.

성주와 성주부인의 옷을 입고 무료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이시카와현의 겐코쿠엔,이바라키현의 가이라쿠엔과 더불어 일본 3대 명원으로 불리는 고라쿠엔은 오카야마번(藩)의 영주 이케다 쓰나마사가 1687년 착공,144년여의 조성기간을 거쳐 1700년 완성한 에도시대의 대표적인 회유식(回遊式) 정원이다.

전체 면적은 13만3000㎡로 천연잔디의 면적만도 1만8500㎡에 달한다.

원래 이름은 오카야마성의 뒤편 정원이란 뜻의 고엔(後園)이었으나 1871년 '인생의 나중에 즐거움을 누린다'라는 뜻의 고라쿠엔(後樂園)으로 바뀌었다.

깊고 고요한 연못에 비치는 소나무 너머로 서너 마리 학이 날아오르는 풍광이 한 폭의 동양화 같다.

드넓은 잔디와 연못,그리고 온갖 화초와 나무들이 조화롭게 조성돼 연인끼리 손잡고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그래선지 고라쿠엔 곳곳에는 전통혼례복 차림의 예비부부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봄에는 다도회로,가을에는 국화전시회 등 연중 행사가 이어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문화의 도시' 오카야마도 들여다보자.에도시대 막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직할 영지였던 구라시키(倉敷)의 '미관지구'부터 찾아간다.

옛날 일본의 전통가옥과 거리풍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에도시대(1603~1867년)의 회벽건물과 메이지시대(1868~1912년)의 서양식 건물들이 함께 어우려져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골목마다 기념품 특산품을 파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다이애건 앨리'를 연상케 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모두 일본 전통복 차림이다.

늘어진 버드나무 아래 이어지는 수로를 따라 조각배 사공의 미소가 정겹게 흘러간다.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져 교차하는 풍경이 이채로움을 넘어서 신비감마저 선사한다.


구라시키에선 오하라미술관을 잊지 말고 들러야 한다.

이 지역 자산가 오하라 마고사부로가 친구인 화가 고지마 도라지오의 작품을 모아 1930년 설립한 일본 최초의 서양식 근대미술관이다.

엘 그레코,고갱,로댕,모딜리아니,피카소 등 서양 거장들의 원작을 대면하는 즐거움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지방도시에 이같이 엄청난 작품들을 소장한 미술관이 있다는 것이 부럽기만 하다.

그 외에도 오카야마 현립미술관,시립오리엔트미술관,하야시바라(林原)미술관 등 미술전시품 하나만큼은 눈이 벅찰 정도다.

230만권의 장서를 보관하고 있는 현립도서관 역시 오카야마시의 자랑거리다.

옛날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한 아이비스퀘어도 빼놓을 수 없다.

건물 외벽을 온통 담쟁이덩굴이 감싸고 도는 모습이 중세 유럽 분위기 그대로다.

1997년 개원한 구라시키역 옆에 있는 덴마크풍의 '치보리파크'는 안데르센 동화를 주제로 꾸며놓았다.

꽃과 숲과 물로 이루어진 테마파크로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영국의 뒷골목을 재현한 박쿠아레와 티보리호수에 떠있는 범선 산게오호에서의 분위기 넘치는 저녁도 추천코스다.

오카야마의 특산품으로는 유약을 바르지 않고 1300도의 고온에 1주일을 구워내는 도자기 '비젠야키'를 들 수 있다.

얼른 보면 우리네 김장독 같은 재질이다.

다양한 형태로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다.

머그컵 정도 크기가 1500엔이 넘고 장식장에 넣어두고 볼만한 것은 어지간한 것이 5000∼6000엔을 넘는다.

17세기부터 사무라이들이 애용했다는 나츠카와 부채와 비젠와후네의 도검도 오카야마의 대표적 명물로 꼽힌다.

오카야마 고유의 음식으로는 세토내해의 해산물과 무공해 채소를 이용해 만든 초밥 '바라즈시'와 청어의 일종인 마마카리로 만드는 '마마카리즈시'가 있다.

요즘은 송이,표고버섯과 밤,떡을 함께 넣어 지은 밥 '타키코미항'이 좋다.

또한 머스캣포도와 복숭아(백도)는 당도가 높기로 유명해 일본 전지역에 공급되는 특화작물로 오카야마 농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골프와 온천 또한 필수코스.일대에 50여개가 넘는 골프장이 산재해 있다.

연중 내내 라운딩이 가능하다.

라운딩 뒤 하루의 피로를 풀기엔 역시 온천이 최고다.

유바라,유고노,유쿠쓰 등 미미사카지역의 3대 온천에 가볼만하다.

특히 유바라온천은 서일본 최고의 노천탕으로 강상의 모랫바닥에서 샘솟는 온천수를 돌을 쌓아 가두는 모래탕이 유명하다.

또 한 곳.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오카야마의 명물은 1988년 4월 개통된 세계 최장의 세토대교다.

아래층은 전철,위층은 자동차가 달리는 세토대교는 해상구간만 9.4㎞에 달한다.

혼슈 오카야마현의 고지마와 시코쿠의 카가와현 사카이데를 잇는 세토대교는 토요일과 공휴일엔 다리 전체에 조명이 켜져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진주목걸이의 향연을 보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근 고지마항의 관광유람선이나 와슈잔(羽山)전망대에서 그 장관을 볼 수 있다.


오카야마=글ㆍ사진 문승용기자 wolf@hankyung.com

하나투어, 오카야마ㆍ교토ㆍ오사카 3박4일 1인당 79만9000원

오카야마현의 면적은 약 7000㎢,인구는 195만명이다.

연평균 17도의 온난한 기후는 남으로 세토내해국립공원,북으로 주코쿠산지를 배경으로 한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나온다.

강수량이 적고 1년 내내 청명한 날씨가 계속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한항공이 오카야마 직항편을 매일(오후 6시30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시간40분.

하나투어(1577-1233)는 '오카야마 3박4일' 여행을 안내한다.

오카야마의 고라쿠엔,구라시키 등을 거쳐 고베로 이동해 메리겐파크와 아리마온천을 즐긴다.

교토와 나라를 경유, 오사카의 우메다공중정원,오사카성 등을 둘러본다.

매주 수ㆍ금요일 출발한다.

1인당 79만9000원.

오카야마현청 www.pref.okayama.lg.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