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실금 치료제 '디트로딘에스알캡슐'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가 세계 1위 제약사 화이자와 한바탕 특허분쟁을 치른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사장은 15일 기자에게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번 분쟁에서 유나이티드제약은 승리자다.
한국화이자 측에서 특허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를 자진 취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 사장의 목소리는 그리 밝지 않았다.
통상 의약품은 제품이 처음 출시된 직후 초기 마케팅이 중요하다.
그런데 화이자 측이 지난해 4월 제품 출시 직전에 특허소송을 제기하자 유나이티드는 초반부터 기가 꺾였다.
강 사장은 "실제로 우리 제품이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특허 분쟁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사들은 처방을 꺼리게 된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이 바로 이 점을 노리고 특허소송을 남발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약업계에는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방어 전략을 지칭하는 '에버그린 전략'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신약품을 개발하려면 많게는 수천억원의 돈이 들어간다.
때문에 의약품에 대한 특허를 적극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상당수의 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권을 지나치게 남용하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비싼 값에 의약품을 써야 하는 소비자도 피해를 입는다.
실제 한국화이자의 경우 최근 한국에서 진행된 대부분의 특허 분쟁에서 패소했다.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가 대표적인 경우다.
심지어 노바스크와 리피토를 하나로 합친 '카듀엣'의 경우 특허출원 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렸다.
국내 제약업계는 의약품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특허 소송은 더 늘어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지식재산권 보호는 필요하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적 장치도 절실하다고 관련업계는 지적했다.
김동윤 과학벤처중소기업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