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전(戰)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40년 가까이 국내와 세계 시장을 넘나들며 벌이는 라이벌전이 대표적이다.

두 라이벌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만남은 그래서 늘 관심을 끈다.

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된 '한국전자전'에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만나 즉석 '라이벌 방담'을 나눴다.

30여분간 나란히 전시관을 둘러보면서다.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덕담이 오갔지만 수장들 사이에도 여느 전사(戰士)들과 다름없이 팽팽한 신경전과 탐색전이 이어졌다.

먼저 말문을 연 것은 남 부회장.그는 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삼성전자의 오토 월마운트 TV(리모컨으로 각도를 조절하는 제품)를 가리키며 "굉장히 편리하게 만들어졌다"며 운을 뗐다.

윤 부회장이 "남 부회장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고 화답하면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두 사람은 상대방 회사의 전시 부스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탐색전을 펼쳤다.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제품 전시 부스에서는 남 부회장이 "가전 비즈니스가 많이 좋아졌다.

너무 잘 하시는 것 아니시냐"며 치켜세웠다.

올해 초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가전사업을 맡아 2분기 만에 흑자로 돌려놓은 윤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에 윤 부회장은 "LG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어림도 없다"며 상대방을 '안심'시켰다.

LG전자 부스에서는 남 부회장이 "카메라와 캠코더 기능을 다 갖춘 LG 최고의 전략 제품"이라며 뷰티폰 자랑에 나섰다.

윤 부회장은 받아든 뷰티폰을 작동해보며 "언제부터 (판매)하시는 거냐"며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대화는 삼성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프린터 사업으로 이어졌다.

남 부회장은 프린터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며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지 않으냐"고 질문했고,윤 부회장은 "컬러복합기와 레이저프린터 중심으로 사업을 가져가고 있는 데 따라 시장점유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니가 이날 선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둘러본 두 사람은 평판 TV전략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남 부회장은 "LCD와 PDP의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시느냐"며 조언을 구했고 윤 부회장은 "요즘은 대형 시장에서 PDP TV 비중이 올라가고 있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60 대 40으로 나눠 가져가고 있다"고 대답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