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서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농협중앙회 금고 지원팀 직원들은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

연말까지 80개에 달하는 지자체 금고 운영 은행 입찰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농협이 이 중 57개의 금고 운영권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대엽 금고지원팀장을 포함해 7명의 직원들은 휴가도 반납한 채 금고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전략을 마련 중이다.

시중은행 간 금고대전이 시작됐다.

특히 하반기에 15개 광역 자치단체 중 6곳이 금고지기를 바꿀 예정이어서 어느 해보다 금고쟁탈전이 뜨겁다.

80개 지자체 금고를 통해 은행이 '곳간' 안에 쌓아둘 수 있는 예치금 규모만 약 8조원.지자체 전체 예산 규모로 따지면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최대 승부처는 충청권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남 목포시를 시작으로 이달부터 80개 안팎의 지자체 금고 운영권 입찰이 시작된다.

지자체들은 다음 달 중순까지 은행들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고 늦어도 11월 초까지 앞으로 2년 이상 지자체 금고를 운영할 은행을 결정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현재 지자체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특히 대전과 충북 지역을 둘러싼 경쟁이 뜨겁다.

영호남 지역과 달리 이 지역에 연고를 둔 지방은행이 없기 때문이다.

농협(충북)과 하나은행(대전)은 지역 수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서로 상대방의 텃밭을 넘보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도 충청권은 주인 없는 지역이라며 두 지역 금고의 운영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연초부터 충북은행을 인수한 옛 조흥은행의 충청 인맥을 총 동원,충북 금고 운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지자체 금고 영업에 적극적이지만 신한은행은 조흥은행과 통합 과정을 마무리한 지난해 말부터 공무원들과 지역 유지들에게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지자체 금고는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시중은행들이 지자체 금고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손쉽게 자금과 영업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갖게 되면 최대 수조 원에 달하는 지자체 예산을 대출 재원으로 운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실상 해당 지자체가 벌이는 모든 개발 사업의 독점 파트너가 된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인천시 금고 운영권을 따낸 뒤 우리은행 대신 인천 송도 개발 사업의 금융 파트너가 됐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해당 공무원들이 예금에 가입하거나 대출받을 때 0.5% 이상의 우대금리를 주고 지자체나 지자체 산하 복지재단에 거액의 후원금도 내고 있다.

장홍석 우리은행 공금영업팀 부부장은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확보하면 그 지역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은행으로 간주돼 영업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며 "이 때문에 여러 은행들이 지역 금고 유치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