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중병에 걸린 줄 알았더니,감기에 걸린 것이었다."

세계 가전업계 관계자들이 소니의 부활을 두고 하는 얘기다.

소니가 브라운관TV 판매 호조에 안주해 LCD(액정표시장치) TV 개발에 소홀했다가 2003년 이익이 급감하자 사람들은 "이제 소니는 몰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소니는 무서운 저력으로 다시 일어나고 있다.

한발 늦게 시작한 액정TV 시장에서 세계 1위로 떠오르며 올해는 사상 최대 매출과 견조한 이익을 내다보고 있다.

소니는 작년 회계연도(2006년 4월~2007년 3월)에 8조2957억엔(약 6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10.5%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이익은 신통치 않았다.

본업에서 얼마나 돈을 벌었나를 보여주는 영업이익은 718억엔으로 전년 2264억엔에서 대폭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1263억엔으로 전년(1236억엔)과 비슷한 수준.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작년 11월 시장에 내놓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의 막대한 개발비용이 반영된 탓이다.

게임 부문에서만 2000억엔 넘는 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TV 등 가전 부문 실적은 좋았다.

소니의 액정TV 브랜드 '브라비아'가 히트치면서 작년 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1567억엔에 달했다.

전년 69억엔에서 20배 이상 불어난 것.작년에 브라비아는 전년의 2배가 넘는 600만대가 팔렸다.

소니는 이로써 액정TV 판매에서 샤프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마쓰시타 샤프 등에 비해 액정TV 개발에 한발 늦게 참여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소니가 이제서야 자존심을 회복한 것.소니는 늦게 출발한 만큼 핵심 부품인 액정패널의 자체 개발을 고집하지 않고 삼성전자와 제휴해 시간을 벌었다.

'소니답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 전략이 먹혔다.

소니는 액정TV의 호조에 힘입어 올해 경영 전망을 공격적으로 내놓았다.

매출은 작년보다 6% 많은 8조7800억엔,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13% 늘어난 4400억엔으로 잡았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5%를 넘는 것.마쓰시타나 샤프 등에 비해 손색이 없는 수익성이다.

소니는 액정TV가 지금처럼만 팔리면 올해는 게임 부문의 개발비 부담이 사라져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니의 앞길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평판TV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 소니의 이익률은 떨어질 수 있다.

소니는 액정패널을 독자기술로 자체 생산하는 샤프 등에 비해 비용을 절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액정TV 브라비아를 잇는 히트 상품이 계속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소니는 현재 업계 처음으로 차세대 평판TV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OLED 디스플레이가 소니의 재도약을 가속화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트랜지스터 라디오(1955년 발매),워크맨(1970년) 등 젊음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 '일본 최초'의 가전제품을 쏟아내던 '가전왕국 소니'의 부활과 명예 회복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