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를 위한 상장사 간 지분 교차매입이 활발하다.

지난주 신영증권과 코리안리에 이어 3일 신한은행이 KT&G 300만주(2.30%)를 사들이며 손을 잡았다.

이런 분위기는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위협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KT&G 경영진은 대주주인 기업은행을 비롯 우리사주조합 국민연금 신한은행 등을 우군으로 삼으면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한 걸음 다가섰다.


◆세계적인 지분 교차매입 바람

신한은행의 KT&G 지분 매입에 앞서 KT&G는 지난달 20일 신한은행으로부터 신한지주 350만주(0.92%)를 사들였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옛 조흥은행 시절 갖게 된 신한지주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신한은행과 외국계 자본의 위협에 '백기사'가 필요했던 KT&G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에 앞서 신영증권이 코리안리 자사주 150만주(1.34%)를 사들이는 대신 코리안리는 외국계 노이버거앤버만으로부터 신영증권 주식 30만주를 매입했다.

부국증권과 한국단자공업도 시간외 거래를 통해 지분을 맞교환했다.

올초에는 신한은행과 크라운제과가 비슷한 규모로 서로 주식을 샀다.

일본에서도 교차매입 붐이 일고 있다.

지난 1분기 마쓰시타전기와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상사 등 일본 내 10여개사가 주식을 상호 사들였다.

뒤늦게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많은 비용을 쓰는 것보다 미리 우군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세계적인 M&A 붐이 이런 움직임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M&A 규모는 1조6517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KT&G 경영권 방어 안정권

신한지주를 우군으로 맞은 KT&G의 경영권 분쟁 위협은 수면 아래로 잠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KT&G 외국계 주주인 스틸파트너스와 프랭클린 뮤추얼펀드는 KT&G 경영진의 신한지주 주식 매수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분 매입으로 KT&G 측 우호지분(자사주 제외)은 2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주주는 프랭클린이지만 기업은행 6.45%를 비롯 우리사주조합(5.91%) 국민연금(3.0%) 신한은행(2.30%)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또 칼 아이칸과 경영권 분쟁 당시 백기사로 나선 농협과 우리은행도 일정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남은 자사주 1107만주(8.64%)도 경우에 따라서는 우호 세력에 넘길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교차 매입이 M&A 방어책 자문계약을 맺은 우리투자증권의 시나리오 아래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KT&G가 우호지분을 확보해 간다는 측면에서 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M&A 재료는 점차 소멸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기창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자사주 매각대금을 활용해 추가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