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재테크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던 해외 펀드의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고공 행진을 거듭한 덕분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탓이다.

그러나 분산 투자 측면에서 펀드 투자 금액의 20∼30%가량은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전문가들이 권하는 펀드 투자의 정석이다.

특히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는 초과수익률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펀드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품이다.

인도 중국 동유럽 등에 이어 최근 신흥시장 펀드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품이 바로 중남미 펀드다.

최근 1년 기준으로 지역별 펀드수익률 순위에서 최상위권에 오르는 등 탁월한 수익률이 돋보인다.

중남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국내 운용사들도 서둘러 관련 상품을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성장잠재력 큰 중남미 경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으로 국가별 주식형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에서 남미 펀드가 73.7%로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최근 3개월로 범위를 좁혀도 23.3%로 역시 중국 다음으로 높았다.

국내에 소개된 중국 펀드는 홍콩 증시 비중이 압도적인 상품이어서 사실상 남미 펀드가 국가별 수익률 경쟁에서 수위를 차지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남미 펀드의 투자 포인트는 △풍부한 천연자원 △인플레이션 통제 성공 △정치적 안정 △저평가 증시 등으로 집약된다.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 지역은 천연자원의 보고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의 석유 매장량은 1172억배럴로 전 세계 매장량의 9.8%에 이른다.

중동(61.9%)과 구소련 및 유럽(11.7%)에 이어 세계 3위 지역이다.

철광석과 구리는 각각 전 세계 매장량의 9.2%,천연가스는 4.1%가 중남미 지역에 묻혀 있다.

1990년대 초반 200%대를 넘나들었던 물가 상승률은 2000년 이후 7%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아르헨티나는 2003년 이후 매년 9%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멕시코 브라질 칠레 등도 5% 안팎의 성장률을 지키고 있다.

우리CS자산운용 관계자는 "브라질 증시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13배 수준으로 러시아의 12배에 이어 신흥시장 가운데 두 번째로 낮아 저평가된 상태"라며 "전 세계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천연자원 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중남미 경제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설명했다.

◆어떤 상품들 있나

지난 20일 현재 최근 1년 기준으로 수익률이 가장 좋은 중남미 펀드는 '슈로더라틴아메리카펀드A'로 93.31%에 이른다.

자산이 1년 사이에 거의 2배로 불었다.

템플턴 메릴린치 피델리티 등의 라틴아메리카 펀드들도 연 75∼87%대의 고수익을 자랑하고 있다.

중남미 펀드가 이머징 상품 시장에서 주목받자 국내 운용사들도 최근 신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운용이 지난 4월 '봉쥬르중남미플러스'를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달에는 우리CS자산운용이 중남미 상품을 내놨다.

신한BNP파리바와 우리CS는 각각 BNP파리바와 크레디트스위스(CS) 본사에서 수년간 운용 중인 중남미 펀드를 복제해 운용하고 있다.

'봉쥬르중남미플러스'의 경우 브라질에 59%를 투자하고 있고 멕시코(31%) 칠레(5%) 아르헨티나(4%) 등에 분산돼 있다.

우리CS자산운용 상품도 브라질 비중이 51%로 가장 높고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증시 주식들을 골고루 편입하고 있다.

통신 원자재 금융 등이 주요 투자 대상 업종이다.


미래에셋맵스의 중남미 펀드는 인덱스형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남미 국가 35개 기업의 주식예탁증서(DR)로 구성된 지수를 복제해 투자하는 구조다.

삼성투신운용도 25일부터 삼성증권과 동양종금증권 등을 통해 중남미 펀드를 판매한다.

중남미 펀드를 운용 중인 영국의 웨스트LB멜론운용에 위탁하는 상품이다.

김진형 삼성투신운용 상품개발팀장은 "웨스트LB멜론운용의 '멜론중남미펀드'는 최근 2년간 62%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중남미 국가들은 천연자원과 대체에너지를 바탕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면서도 증시는 저평가 상태여서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중남미 펀드들은 원화와 미 달러화 사이의 환헤지만 가능하다.

달러화를 해당 국가별 통화로 다시 바꿀 때는 헤지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달러화 대비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 변동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