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대책과 관련해 믿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자식' '직장' '정부'다.

노후에 자녀가 자신을 돌봐줄 것이라고 믿지 말아야 하고,직장이 정년퇴직을 보장하고 노후를 걱정 없이 살아갈 만큼의 퇴직금을 주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한다.

정부의 국민연금도 최소한의 생계를 보조할 뿐 노후를 책임져 주는 안전판은 아니다.

노후는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 달부터 노후 대비의 새로운 보루가 생긴다.

집을 담보로 맡기면 고령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처럼 지급받을 수 있는 종신지급 방식의 역모기지론이 선보이기 때문이다.

국민 기업 농협 신한 우리 하나은행과 삼성화재 흥국생명 등 8개 금융회사는 다음 달 11일부터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역모기지론인 '주택연금'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집 한 채만 갖고 있으면 최소한의 노후 대비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역모기지론이란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맡긴 뒤 매달 일정액의 대출금을 연금식으로 받는 상품이다.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을 모기지론이라고 하는 데 비해 갖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금을 연금식으로 나눠 받는 대출을 역모기지론이라고 한다.

시중 은행이 현재 판매하는 역모기지 상품은 대출 기간이 5~15년으로 대출 만기 후 상환하지 못하면 주택을 경매당할 수 있다.

반면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주택연금은 종신형 상품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사망할 때까지 담보로 맡긴 집에서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택연금은 공적 기관이 보증을 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인 만큼 가입에는 제한이 따른다.

부부가 모두 만 65세 이상인 고령자로 6억원 이하 주택을 가진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가입할 수 있다.

예컨대 남편은 70세이고 부인이 62세인 경우는 부인이 65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 등 6억원 이하 주택이면 가능하며 1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연금 지급 기간은 주택 소유자와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다.

주택 소유자가 사망한 뒤 배우자가 연금을 계속 받으려면 배우자에게 주택 소유권이 승계돼야 한다.

중도에 집을 팔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경우 등에는 연금 지급이 중단된다.

연금 지급 방식은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종신 지급형'과 대출 한도의 30% 내에서 일정 용도에 맞으면 교육비 의료비 주택수선비용 등을 수시로 인출할 수 있는 '종신혼합형' 등 두 가지다.

예컨대 시가 3억원의 주택을 만 65세에 담보로 맡기면 기대 수명(여 85~86세,남 82~83세)을 반영해 계산할 경우 매월 85만원 내외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대출금은 이용자가 숨질 경우 주택을 경매에 부쳐 회수하게 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집을 판 돈이 대출금보다 부족하더라도 다른 재산 및 상속인 등에게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며 "또 집이 경매에 넘어가기 전에 이용인 또는 상속인이 대출 잔액을 중도에 상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선 이미 일반화된 개념이다.

하지만 집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한 한국 국민의 정서상 역모기지 상품이 출시되더라도 당장 큰 호응을 얻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집을 물려받기를 기대하는 자식들의 반대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거래가 거의 없어 시세를 파악하기 힘든 단독주택이나 지방 소도시 소재 주택의 경우 가격 결정이 쉽지 않아 민원 발생 소지가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1961년부터 민간 역모기지 상품이 도입되었으나 초반에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어 1989년 미국의 주택도시개발부(HUD)가 개발하고 연방주택청(FHA)이 보증하는 주택자산전환모기지(HECM)가 도입되면서 호응을 얻기 시작해 2002년 이후 급증 추세를 나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을 상속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민 정서가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주택연금이 자리를 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노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