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2대주주(19.8%)인 현대중공업이 55%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등극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현대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최근 IPIC로부터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 제안을 받았다"며 "그러나 지분 인수 여부에 대한 입장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업계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의 2대주주인 데다 연고권 등을 감안할 때 IPIC가 합리적인 금액만 제시한다면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IPIC가 현대중공업 외에 GS칼텍스 롯데그룹 등 4~5곳의 국내 대기업에도 지분 인수 협상을 제안하는 등 '경쟁 구도'를 유도하고 있어 지분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오일뱅크,다시 현대가(家) 품에?
현대중공업이 이번에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을 인수하면 '잃었던' 기업을 되찾는 셈이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정유업계의 자발적 '빅딜'로 한화에너지를 합병한 뒤 수익성 악화로 부채가 급증하자 IPIC에 신주 발행 방식으로 지분 50%를 5억1000만달러에 넘겼다.
IPIC는 이후 콜옵션 행사 등을 통해 지분율을 70%까지 높였다.
2002년에는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정몽혁 현 메티아(옛 아주금속) 사장이 경영난에 책임을 지고 퇴진하면서 IPIC가 현대오일뱅크의 경영을 주도해왔다.
업계는 IPIC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35%의 인수 금액을 약 7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1조5000억~2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무리없는 투자일 뿐더러 현대중공업의 주력인 조선,중공업,해운(현대상선 2대주주)과 정유사업의 시너지 효과도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범(汎) 현대가(家)가 IPIC에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매각할 당시 지분 우선 매수권과 관련한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현대중공업의 인수 의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획팀과 재무팀에서 지분 인수 여부를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2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추가 지분 인수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에 나설 경우 범 현대가의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대주주인 현대중공업(19.8%)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4.35%) 현대제철(2.21%) 현대산업개발(1.35%) 등 범 현대가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나눠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 인수 3파전 가능성
IPIC는 현대중공업 외에도 이미 GS칼텍스 등을 포함한 4~5곳의 국내 대기업에 지분 인수 협상을 제안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GS칼텍스 롯데그룹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IPIC로부터 지난달 말께 인수를 제안받은 GS칼텍스(시장점유율 30%)가 현대오일뱅크(시장점유율 13.6%)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면 국내 최대 정유사로 올라선다.
현재 SK㈜와 SK인천정유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6.1%와 6.8%다.
다만 미국 셰브론(지분율 50%)과 합작하고 있는 GS칼텍스는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지분 인수를 위한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롯데그룹도 인수전 참여에 긍정적이다.
롯데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아직 실무적 차원의 검토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다만 그룹 차원에서 리파이너리(정제사업) 부문 진출 의지가 있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SK㈜는 옛 인천정유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과 독과점법 문제 등으로 인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으며 에쓰오일 역시 중복 과잉 투자 우려 때문에 한눈을 팔 수 없는 처지다.
후보로 거론됐던 STX그룹은 인수 의사가 없음을 공식화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