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3인방, 부드러운 기존 이미지 버리고 당찬 여자로 연기변신
냉정한 커리어우먼 최지우 vs 당당한 불륜녀 김희애 vs 터프한 강력반장 고현정의 불꽃튀는 연기대결
순종적이던 구시대적 여성상 버리고, 일과 인생에 당당한 새로운 신(新) 여성상 제시

'순종, 헌신, 희생'의 모토로 사랑 앞에 부질없이 나약하던 TV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이 진화했다.

5월 드라마 전쟁의 선두에서 불꽃튀는 연기를 선보이는 최지우, 김희애, 고현정 등이 바로 그들이다.

각각 '에어시티', '내 남자의 여자', '히트'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불꽃튀는 연기대결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여배우 삼인방이 연기하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은 '시대적 흐름에 걸맞게 일과 인생에 당당한 캐릭터'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을 진두지휘하는 공항운영의 베테랑, 한도경

MBC주말특별기획드라마 ‘에어시티’(연출 임태우, 극본 이선희, 공동제작 MBCㆍHB엔터테인먼트ㆍ에이스토리)에서 최지우가 맡은 한도경이란 인물은 동북아시아 최대의 물류허브인 인천국제공항의 살림을 맡은 공항운영실장이다.

싱가폴 창의 공항에서 삼고초려 끝에 스카우트 되어온 한도경에게 제일 무서운 것은 공항 이용객의 항의이고, 항공안전보안법은 목숨걸고 지켜야하는 최고의 법이다.

최지우는 우려와 달리 이러한 '냉정한 커리어 우먼' 역을 무리없이 소화해 내고 있다.

김지성(이정재 분) 함께 범인을 쫒던 한도경은 지성이 국제 범죄의 범인을 잡기 위해 공항운영규칙을 무시하고 검색대를 뛰어넘자, 공항직원에게 바로 "체포하세요"라며 냉정한 지시를 내린다.

또한 자신에게 버릇없게 구는 부하직원에게 "난 불확실하고, 빈정거리고, 무례한 말투 싫어합니다"라며 따끔하게 야단치는 모습은 모든 여성이 꿈꾸는 당당한 커리어 우먼, 그것이었다.

최지우의 의상 역시 여성적인 매력보다는 전문직 커리어우먼의 지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1부에서 그녀가 입고 나온 가죽점퍼와 스키니진, 롱부츠 등은 하늘거리는 원피스나 파스텔톤 의상으로 대표되던 그녀의 기존 여성스러운 스타일과 대비를 이루는 파격적인 의상이었다.

특히 2부 마지막 장면에서 착용했던 검은색 수트와 흰색 블라우스는 최지우의 우아한 매력을 살리면서도 한도경이란 캐릭터의 이지적인 분위기를 한껏 드러내, 벌써부터 커리어우먼 사이에서는 '한도경 스타일'이 유행할 조짐이다.

'눈물의 여왕'이란 별명까지 얻고 있는 최지우의 파격 변신에 시청자들은 일단 합격점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방송이 된지 하루만에 "안정적인 연기력과 냉정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대사 처리가 돋보인다" "도도한 외모와 딱부러지는 말투가 기대 이상이다"라는 최지우의 성공적인 연기변신에 대한 의견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 친구의 남편을 빼앗는 불륜녀, 이화영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친구의 남편을 빼앗은 불륜녀 이화영을 연기하는 김희애 역시 파격적인 모습으로 화제가 되고있다.

맡는 역마다 완벽한 연기로 찬사를 받아온 베테랑 배우 김희애는 25년 연기인생 최초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 '도덕', '신의'를 모두 저버린 팜므파탈을 선보이고 있다.

1982년 CF로 데뷔한 이래 여성스럽고 현명한 여성을 주로 연기해 왔다.

최근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는 연하의 남편을 둔 현명한 주부로,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에서는 속깊은 큰딸 등을 연기하며 대한민국 주부들의 롤 모델를 제시했다.

이러한 '참한 며느리', '속 깊은 큰 딸'의 이미지의 김희애의 변신은 팜므파탈의 진수를 보여주는 화영의 패션과 함께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시청자들은 친구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는 화영의 파렴치함에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인간 본연의 욕망에 충실한 당찬 여성을 연기한 김희애의 완벽한 연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 세상의 남자를 범인과 동료로 나누는 강력반장, 차수경

각종 CF와 드라마를 통해 우아함의 대명사로 알려졌던 고현정은 여성성이 배제된 캐릭터, 드라마 '히트'의 차수경으로 돌아왔다.

오랜 공백기 후 드라마 '봄날'로 안방극장 복귀를 성공적으로 끝낸 고현정은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연인'과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로 특유의 우아함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추가했다.

이후 드라마 '히트'에서 기존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터프한 여형사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하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고현정이 여성스러운 긴머리를 바짝 자르고 그런지 룩을 고집하는 터프한 캐릭터를 선보인 다는 점은 드라마 '히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또한 기존의 형사물에서 극의 재미를 더하는 양념의 위치에 불과했던 여형사의 캐릭터가 당당히 타이틀 롤을 맡아 극을 주도한다는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즘을 선사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비록 '에어시티'의 최지우나 '내 남자의 여자'의 김희애의 패셔너블한 모습과는 달리 남성적인 모습이지만 차수경 역시 예쁜 구두를 사모으는 숨겨진 여성적인 면을 드라마의 재미요소로 부각시켰다.

이러한 여성성을 은밀히 드러내며, 차수경의 강력계 형사로써의 당찬 모습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당찬 여자'의 캐릭터로 돌아온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3인방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은 "남성주의가 팽배한 드라마에서 선보이던 수동적 여성 캐릭터가 아닌 자신의 인생에 적극적인 인물들이 드라마의 흥미를 더한다"라며 '당찬 여자'의 등장을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은 이 전의 드라마에서는 남성 캐릭터를 보조하는 역에 불과했던 커리어 우먼, 불륜녀, 여형사의 당당하고도 진취적인 모습이 전통적인 성 역할 구분을 벗어나,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