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건조되는 선박 발주가 국내 조선업계에 집중되면서 국내 엔진 업체들도 덩달아 '수주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두산엔진(옛 HSD엔진), STX엔진 등 선박엔진 3사는 향후 3년치 물량을 확보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계 1위의 선박용 엔진업체인 현대중공업은 향후 3년치 물량을 확보, 주종목인 조선부문의 수주대박에 이어 겹경사를 맞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대거 선박을 수주하고 있는 데 힘입어 선박용 엔진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현재 850만마력(대형엔진 2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인 생산능력을 연내에 918만마력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선박엔진 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년까지 생산능력을 1147만마력으로 증강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엔진 수요 급증에 따른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영업이익률도 사상 최고치인 16%대를 기록하고 있다.
조선을 포함한 현대중공업 6개 사업본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엔진부문 매출목표도 지난해보다 42.2% 증가한 1조7348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세계 2위 선박엔진업체인 두산엔진도 조선호황에 따른 수주급증으로 올해 1분기 수주 목표를 50% 이상 초과달성한 상태다.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주문이 와도 추가로 생산할 여력이 없어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조립3공장이 다음 달 완공되면 600만마력인 생산능력이 800만마력으로 늘어나게 된다.
두산엔진 관계자는 "3년 이후 물량도 계속 수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엔진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추세여서 2010년엔 수주와 매출에서 2배 이상 성장한다는 회사의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TX엔진은 호황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설비 증설을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현재 300만마력의 생산능력을 연내에 400만마력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회사 측은 "미리부터 증설을 하지 않았으면 STX조선 등 그룹 내부 물량을 맞추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주잔고가 늘어남에 따라 실적도 덩달아 뜀뛰고 있다.
STX엔진의 올 1분기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3% 증가한 4333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반영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5.5%, 537.5% 증가한 2458억원, 153억원을 기록,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낸 것.덕분에 주가도 STX그룹 3개 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은 4만7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양정동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조선업이 최근 급성장하며 국내 조선업을 위협하고 있으나 엔진사업에서는 오히려 호재"라며 "중국 조선업체 성장속도를 엔진업체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선박엔진에 대한 초과수요는 한국이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