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방침이 확정되면서 해외펀드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새로 나오는 상품도 대부분 해외펀드이고 자금도 해외펀드로만 몰리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자산운용사들도 지역과 투자 대상이 비슷한 유형의 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또 신상품이 대부분 해외에서 운용되는 펀드를 그대로 복제한 미러(mirror)펀드여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자산운용사는 국내에서 성공한 토종펀드를 해외 버전으로 출시해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외펀드 편중현상 심화

2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새로 출시된 주식형펀드 138개 중 절반이 넘는 76개가 해외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외와 국내에 함께 투자하는 국내외 혼합형펀드는 15.9%인 22개였다.

하지만 이들 펀드도 대부분 해외 주식 비중이 국내 비중보다 높아 해외펀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는 28.9%인 40개에 그쳤다.

펀드에 몰린 자금을 봐도 해외펀드가 압도적이었다.

4월이후 설정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774억원이 들어와 펀드당 평균 19억3000만원이 모집됐다.

반면 해외 주식형펀드에는 8827억원이 몰려 펀드당 116억원이 설정됐다.

국내외 혼합펀드에도 4113억원이 들어와 펀드당 규모가 186억원이었다.

기존 펀드들도 해외펀드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6462억원이 빠져나갔지만 해외펀드에는 9728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달에만도 해외펀드에는 1688억원이 들어왔지만 국내 펀드에서는 258억원이 유출됐다.

국내에 출시된 주식형 해외펀드의 80∼90%는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펀드를 그대로 본뜬 미러펀드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펀드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해외 업체에 적지 않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운용을 맡기고 있다.

펀드업계 관계자는 "소형 자산운용사들까지 무분별하게 비슷한 유형의 복제 해외펀드를 내놓으면서 수수료만 해외 업체에 지급하고 있다"며 "자신들만의 영역을 특화하거나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종 펀드 글로벌화 시동

해외펀드가 인기를 끌자 토종 펀드들도 축적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글로벌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 중소형주 펀드의 대표 주자인 '유리스몰뷰티주식' 펀드를 운용하는 유리자산운용은 주요 선진국 소형주에 투자하는 '유리RAFI글로벌스몰뷰티 인핸스트 펀더멘털 인덱스 주식' 펀드를 22일부터 판매한다.

이 펀드는 1년 수익률 34.69%(18일 기준)로 국내 주식형펀드 중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유리스몰뷰티주식'의 글로벌 버전이다.

SH자산운용도 국내에서 인기를 모았던 지속가능투자(SRI)펀드인 'Tops아름다운SRI주식투자신탁'의 글로벌 버전인 'Tops글로벌SRI주식투자신탁1호' 판매를 이날 시작했다.

김태완/김남국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