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이 생존작가의 작품을 모아 지난 26일 실시한 컨템퍼러리 경매에서는 출품작 112점 중 103점이 팔려 낙찰률 92%를 기록했다.

국내 경매 사상 최고 낙찰률이다.

생존작가 작품을 비교적 싼값에 경매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직장인 주부 등 수백명이 몰려 총 22억원어치의 작품을 사갔다.

이에 앞서 18일 개막된 극사실주의 작가 이숙자씨 개인전(선화랑)에는 하루 수백건씩의 작품 구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작품가격이 두 배 이상 올라 호당 200만원을 넘지만 개막 이전에 10~20호 미만 소품 10여점이 팔렸고 1억5000만원 이상의 대작들도 상당수 예약된 상태다.

인기작가를 중심으로 작품값이 급등하고 작품 품귀 현상이 확산되자 미술시장에서 '과열' 논란이 나오고 있다.

과거와 달리 화랑들이 화가의 작품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는 현상이 최근 나타나면서 이 같은 논란에 불을 붙였다.


◆현황과 원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유동자금 일부가 미술계로 흘러들면서 일부 인기작가의 작품값이 급등하고 작품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는 고영훈을 비롯해 김형근 사석원 이왈종 이숙자 오치균 박항률 김강용 손석 박성태 이영배 이호철 김창영 이석주 석철주 사석원 최소영 배준성 안성하 이환권 도성욱 홍경택 등 인기 중견·젊은 작가 작품값이 지난 1년 사이에 30~100% 뛰었다.

경매시장에서도 박수근 이중섭 등 근·현대 서양화가 30명의 작품가격 상승률이 33%를 기록했다.

세계 미술품의 평균 가격상승률 16.5%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이는 기존 컬렉터들이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신규 구매층이 대거 시장에 가세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술품이 양도세와 상속세가 없다는 이유로 그림을 사모으는 '묻지마' 투자도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웬만한 작가의 경우 전시작품의 30~40%를 팔기도 어려웠으나 최근에는 매진되는 전시가 속출하고 있고 일부 작가의 작품은 전시 개막 이전에 대부분의 작품이 팔리기도 한다.

◆전망

미술시장 활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의 가격상승률이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우홍 동산방 대표는 "일부 인기작가 작품이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작품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비이성적 과열상태'라는 경고로 볼 수 있다"며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완화 가능성,경제 불안감,미술품 양도세 부과 우려 등이 미술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학준 서울옥션 전무도 "최근 미술시장에서 과열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 인기작가를 중심으로 작품값이 너무 빠르게 오르는 것이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저평가된 작가들을 중심으로 미술시장이 단기간에 뜨거워졌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인기작가와 비인기작가,대형 상업화랑과 군소화랑,구상과 추상 등의 양극화 현상을 극복해야 장기 호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