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은 올 전체적인 주가 흐름을 읽는 데 아주 중요한 달이다.

이 때문인지 국내외 기관들은 연초 전망치를 수정해 다시 내놓고 있다.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그런데도 예측기관들은 지나간 과거 자료를 토대로 한 모델과 기술적 지표로 증시를 전망한다.

이런 예측은 현실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주가변동을 유발하는 복합변수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의 주가예측을 되돌아보면 이런 모델들의 비효율성이 드러난다.

정작 예측이 필요할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더욱이 주가의 방향이 바뀌거나 게임의 규칙이 변한 뒤에야 비로소 터닝 포인트를 알린다고 요란을 떠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증시의 복잡성은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이 의존하는 것처럼 한두 개 지표로 포착할 수는 없다.

미국의 경제사이클연구소(ECRI: 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경기예측 모델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경제 사이클 큐브'라는 다차원적인 모델 덕분이다.

ECRI의 경제 사이클 모델을 보면 현실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다양한 지표를 통해 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형성되는 방향성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증시 사이클 큐브는 증시라는 복잡한 시스템 속에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독특한 모델이다.

유망업종을 모색하는 데에도 이 모델이 유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ECRI의 경제 사이클 큐브는 크게 경제성장과 고용,인플레 등 삼차원으로 구성된다.

경제성장은 다시 무역과 국내 경제활동으로,이 중 국내 경제활동은 부문별 장단기 선행지수로 구분된다.

ECRI에서는 이 모델을 통해 100개 이상의 선행지수를 통합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신뢰받는 경기예측치를 추론해낸다.

증시 입장에서 재구성하면 경기와 실적,유동성이 삼차원에 해당한다.

1차원인 경기는 현재 낙관론(soft patch 혹은 disinflation)과 비관론(hard landing 혹은 stagflation)이 혼재돼 있지만 연착륙(soft landing)될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특히 세계경기와 국내경기가 하반기 들어서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시적 측면에서 2차원에 해당하는 실적은 최근처럼 정보기술(IT)이 주도하는 시대에 있어서는 업종별로 차별화 현상이 심해지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3차원에 해당하는 국제유동성을 보면 정책금리는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각종 대안화폐에 따른 퇴장통화(hoarding money)의 감소 △레버리지 투자 관행의 보편화 △저개발국과 옛 사회주의권의 자산유동화 급진전 등으로 증시 주변의 자금은 '신(新)유동성 장세'라 불릴 만큼 풍부하다.

따라서 대내외 증시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중국의 긴축정책,일본의 엔 캐리 자금 청산,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의 악재가 남아 있고 이로 인해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나 밝게 전망되는 올 하반기를 겨냥한다면 비관론자들의 시각대로 4,5월에 조정장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