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에쓰오일 회장이 1년 후 회장 및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15년여 동안 에쓰오일 CEO(최고경영자)를 맡아오며 정유업계 최장수 경영자로 자리매김한 김 회장이 직접 거취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에쓰오일 최대주주인 아람코의 해외 자회사 AOC 측이 최근 에쓰오일 자사주 28.41%를 한진그룹 측에 넘긴 직후여서,김 회장의 이 같은 거취 표명은 더욱 주목된다.
김 회장은 8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초청 강연에 참석한 뒤,한국경제신문과 따로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뜻을 밝혔다.
"거취 문제에 대한 얘기가 조금씩 나오는 듯 하다"는 기자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김 회장은 "그러게.왜 남의 개인적인 일에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한동안 말이 없던 김 회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그는 "임기가 1년여 남았는데 임기를 마치면 떠나야지.여러 상황이 그래"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경영자로서 나는 나이가 너무 많다"며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66세인데,이젠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또 "국가 및 산업적인 측면에서 봐도 이젠 떠날 때가 됐다"며 "정유 1세대로서 할 만큼은 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쌍용양회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합작한 쌍용정유(에쓰오일)의 사장으로 1991년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15년여 동안 회사를 이끌어 왔다.
2000년부터는 회장직에 올라 전문경영인으로서 역량을 발휘했으며,최근에는 사미르 A 투바이엡 CEO에게 일상 경영을 맡긴 채 이사회 의장으로 역할을 해 왔다.
김 회장은 시한부 용퇴 의사와 관련해 "에쓰오일이 한진 측에 자사주를 매각한 것도 관련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허허….부인할 수 없지"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에쓰오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지켜온 사람인데,자사주를 매각했으니 할 일이 끝난 거지"라며 "사실 새로운 대주주가 된 한진그룹 측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 내부에서는 아직도 회장님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김 회장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에쓰오일의 시의적절한 고도화 설비 투자 등 모든 업적은 임직원들이 함께 만든 것"이라며 "아람코 측과의 협력은 에쓰오일의 생존을 위한 것이었는데,회사 임직원들이 너무 잘 따라줬고 아람코 측도 큰 배려를 해 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에쓰오일의 향후 지분구조 및 경영구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자사주 매각 이후 에쓰오일의 추가적인 지분구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에쓰오일과 나라를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으니 남은 미련도 없다"며 "남은 시간도 최대한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달 말께 또 중동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