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씨(69)가 15년 약속을 지켜냈다.

1992년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를 펴내며 매년 한 권씩 15년에 걸쳐 완결하겠다고 공약한 시오노씨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 마지막권 '로마세계의 종언'(신초샤간)이 15일 일본에서 발매된다.

그동안 매년 한 해의 절반은 사료를 정독하고 절반은 집필에 매달려 약속한 대로 골인지점에 도착한 것.

시오노씨는 "자신의 깃털을 한올한올 뽑아내 아름다운 직물을 짜낸 학처럼 완전히 벌거숭이가 된 기분"이라며 "잠시 휴식을 취하며 깃털을 살려내지 않으면 당장 오븐에 들어가게 될 처지"라고 감회를 털어놓았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로마 건국에서 서로마제국 멸망까지의 방대한 드라마를 그려낸 시오노씨가 시리즈를 쓰게 된 출발점은 소박한 의문에서 비롯됐다.

'왜 로마만이 민족·문화·종교의 차이를 넘어 보편제국을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시오노씨가 찾은 단서는 르네상스 시기의 사상가이자 군주론의 저자인 마키아벨리였다.

"르네상스는 '기독교가 대륙을 1000년 이상 지배해 왔지만 유럽인의 인간성은 조금도 향상되지 않은 이유가 뭘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를 주목한 마키아벨리는 종교와 철학만으로는 인간성이 향상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로마인의 리얼리즘을 발견했습니다. 인간이란 선악 양면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직시한 그는 거기에 맞는 통치방법을 생각하게 된 거죠.또한 내세보다는 현세를 중시한 로마인들의 세계관도 이민족에 대해 관용정책을 펴고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한 동력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존과 공생의 비결이었습니다."

그는 서술은 좋아하지만 해설은 싫어해 쉽게 쓰는 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밝혔다.

15년이란 세월과 15권의 볼륨이 필요했을 만큼의 역작에 독자들의 호응도 컸다.

단행본 14권의 누계발행부수만 약 220만부에 문고본 28편은 약 540만부나 팔려나가는 등 베스트셀러가 됐다.

정용성 기자 h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