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2단계 고속 승진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38)이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단 송년모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대표이사직을 맡을 시기에 대해 "앞으로 더 배워야 하기 때문에 먼 훗날의 일이며 가장 높은 직위까지 올라가더라도 기존의 전문 경영인 체제를 흔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경영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구학서 부회장과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구 부회장은 신세계 역사에서 최고의 업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할 일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구 부회장의 업무를 옆에서 지켜보면 넓은 안목에서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만 나는 아직까지 이러한 면이 한참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1000평 이하의 미니마트 진출과 프리미엄 아울렛 및 복합쇼핑몰 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혀 향후 경영 전반에 대한 수업과 함께 주요 경영의 의사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정 부회장은 이번 승진배경과 관련해 "이명희 회장,정재은 명예회장,구 부회장과 함께 스테이(부사장)하거나 사장 승진,부회장 승진 등 3가지 안을 검토했었다"며 "윤리경영을 정착시켰고 증여세 납부를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만큼 외부 눈치를 볼 것 없이 부회장으로 승진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신세계 창업자이자 외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에게서 선대 회장님의 얘기를 셀 수 없이 많이 들어왔다"며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보고 최소 10년 이후를 내다보며 의사결정을 하는 그 분의 혜안을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을 경영 9단으로 볼 때 자신은 경영자로서 어느 정도 수준인가라는 질문에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전반을 경영하기에는 여전히 배울 게 많다"고 전제한 뒤 "신세계 입사한 지 9년 되는데 1년에 한 단계씩 밟아 올라 현재 10급 정도며 10년 뒤면 초단 정도 될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그러면서도 부사장 시절보다 경영에 참여하는 강도가 높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올 들어 즐겨하던 술도 거의 끊다시피하면서 하루 2시간씩 헬스로 몸을 다지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외사촌인 이재현 CJ회장,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의 술자리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감성경영을 위한 준비로 피아노와 첼로를 다시 배우고 있다고도 했다.

정 부회장은 "대형마트는 신규 점포 확장이 끝나는 순간 생명이 다한다"고 나름대로 경영관을 피력한 뒤 "부지를 구하는 게 힘든 만큼 1000평 이하의 미니마트도 공격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마트는 내년 1월 광명시에 350평 규모의 미니마트 '광명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 개장을 앞두고 있는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아울렛 첼시의 운영과 매장 구성에 참고하기 위해 최근 미국에 다녀온 정 부회장은 "일본에서 프리미엄 아울렛이 성공적으로 정작했고 일본의 소비패턴을 어느 정도 따라가는 만큼 첼시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을 경영자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진출을 결정했고,구학서 부회장을 영입한 것이 오늘날 신세계를 있게 한 전부"라고 존경의 뜻을 비췄다.

증여세 납부와 관련,정 부회장은 "이달 초 현물(주식)로 납부할 뜻을 국세청에 전달했다"며 "내년 1월 국세청으로부터 통보받아 봐야 알겠지만 4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