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의 3분기 실적이 연결재무제표 적용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내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하이닉스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 최근 발표된 IT 기업의 3분기 실적은 대부분 증권사 전망치를 밑돌았다.

하지만 연결재무제표를 적용하면 성적표는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법인의 비중이 커지면서 실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앞으로는 본사뿐만 아니라 해외 법인 연결실적까지 아울러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헷갈리는 하이닉스 실적

하이닉스는 26일 본사 기준으로 3분기에 매출 1조8240억원,영업이익 2920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기 대비 1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 감소했다.

순이익은 3840억원으로 18%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증권사들의 평균 전망치인 4356억원과 비교하면 67% 선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얘기가 달라진다.

영업이익이 4530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이 같은 차이는 중국 현지법인 지원에 따른 것이다.

올해 가동을 시작한 중국 법인 지원을 위해 이곳에서 생산된 웨이퍼를 본사가 비교적 높은 가격에 들여오면서 결과적으로 본사 영업이익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중국 법인의 이익으로 인해 연결재무제표는 오히려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에 대해 대체로 합격점을 주고 있다.

김형식 교보증권 연구원은 "매출이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며 "4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도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비스타' 출시와 중국 춘절 효과 등에 따른 D램 수요 증가로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김장열 현대증권 팀장도 "중국 공장의 생산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3분기보다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 연결재무제표의 힘

이번 3분기 어닝시즌(실적 발표 기간) 들어 수출 비중이 높은 IT 기업의 연결재무제표와 본사 기준 실적 차이가 부쩍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하이닉스의 경우 본사 영업이익이 연결재무제표 기준의 64%에 불과하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일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기는 본사 기준으로 24억원의 적자를 나타냈지만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28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 회사의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데 따른 것이다.

삼성SDI도 본사 영업이익은 35억원에 그쳤지만 연결 영업이익은 435억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본사 실적 못지않게 앞으로 연결재무제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간판 기업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연결재무제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그동안 본사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해온 삼성전자도 연결재무제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은 "하이닉스 등 IT 기업의 경우 수출을 포함한 해외 매출이 70~90%에 이르고 있어 사실상 연결재무제표가 핵심"이라며 "이제 IT 기업 실적 평가시 기준을 바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봉·이태명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