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현재 취업하고 있는 20대는 402만9000명. 1985년 이후 최저치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6%에 불과하다. 근로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40대의 경우는 645만5000명이 일하고 있으며 그 비중이 27.7%에 달한다. 50대(392만1000명)와 60대(263만명)를 '50대 이상'으로 한데 묶으면 28.1%로 가장 취업자 수가 많은 연령대가 된다. 20∼30대 청년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그 자리를 40대 이상의 중장년과 노년층이 빼앗고 있다는 얘기다. 부모와 자식들이 일자리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부 지방 공단에서는 아버지들이 '나가주지 않아서' 자식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풍경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단결이 잘되는 노동조합 덕분에 기존 근로자들의 퇴직 연령이 점점 늦춰지면서 업체들은 새로운 피를 수혈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정의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급여가 많은 아버지가 돈을 더 버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자식이 제때에 취업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니 결국 가정의 위험도는 더 높아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정이 나아질 실마리가 안보인다는 데 있다.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20대만을 위한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 신입사원들을 대거 끌어안을 수 있는 대기업의 투자는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예전보다 훨씬 젊어지고 건강해진 50,60대들도 생계를 위해서 일자리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미 전국 곳곳의 주유소에서는 10대와 60대들이 '알바' 자리를 놓고 간단찮은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세대 갈등은 아직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 중에서는 심각한 편이 아니다. 최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빈부갈등(51.7%) 진보·보수 갈등(25.5%) 지역 갈등(15.7%)에 이어 5.5%만이 세대 갈등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의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갈등은 점점 더 증폭될 것이다.
해결책을 생각해보면 답답한 마음뿐이다. 규제혁파로 기업활동을 자유롭게 해주는 간단하면서도 즉효적인 처방이 있는데도 기업 규제에 관한한 정부는 인색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국민들이 '알아서' 그 충격을 줄이는 정도 밖에 방향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일정 연령, 예를 들면 자식이 대학교를 들어갈 즈음에 부모와 자식들이 경제적으로 각각 '독립 선언'을 하는 관행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처럼 부모가 대학교 등록금,용돈은 물론이요 해외연수,신혼집,혼수까지 모두 챙겨주는 관행으로는 부모도 죽고,자식도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되는 악순환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자식세대가 20대 초에 경제적 독립선언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사회적인 도움이 있어야 한다. 금융권이 나서서 자식 세대가 미래에 받을 급여를 전제로 장기대출을 해주는 방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이나 사회단체도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이나 인턴십 기회를 늘려주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일자리를 너무 개인적 문제로 보고 경제상황만 좋아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쉽게 얘기하는 풍토가 안타깝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