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산업은행은 1954년 산업육성을 위해 저리 장기 자금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우리나라가 9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특정산업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기능이 퇴색됐다.
산업은행은 이후 수익을 내기 위해 증권사의 고유 영역이었던 회사채 인수 업무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국책은행의 지위를 이용,회사채 시장 점유율이 31%(자회사인 대우증권 포함하면 41%)에 달하는 등 과점에 가까워 오히려 민간 금융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도 당초 설립 목적은 중소기업 자금 지원이었으나 수익을 늘리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이자율을 낮추면서까지 가계 대출로 무리하게 업무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05년 8월 말 현재 중소기업여신비율은 83.2%로 떨어지고 나머지를 가계대출로 메웠다.
한국수출입은행도 1976년 설립됐을 때는 우리나라 수출입과 해외투자를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했으나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 수출을 주도하는 지금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예금보험공사도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금보험공사는 1998년부터 공적자금 관리 업무를 맡았으나 비현실적인 출자 약정을 맺는 등 관리가 안 돼 2005년 6월 말 현재 투입된 공적자금 110조원 중 35조원밖에 회수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TFT를 만들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기능과 역할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제안했고 각 은행들에도 업무영역에 대한 재정립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