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전문 도박사를 일컫는 은어다.

허영만은 동명 만화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최동훈 감독은 허씨의 만화를 발군의 도박영화로 빚어냈다.

영화 '타짜'는 사랑과 음모,배신과 협잡이 난무하는 도박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재연한다.

탐욕의 화려한 겉모습과 이면의 섬뜩하고 잔인한 본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도신''컬러오브머니''스팅' 등 도박과 게임을 다룬 홍콩영화나 할리우드영화들이 다분히 낭만적으로 접근했던 것과 다르다.

고니(조승우)는 누나의 돈을 '섰다'(화투 끝수로 승부를 가리는 게임)로 탕진한 뒤 타짜가 되기 위해 평경장(백윤식)에게 고된 훈련을 받는다.

평경장이 손목이 잘린 채 살해되자 고니는 범인으로 짐작되는 아귀(김윤석)를 찾아 나선다.

결국 고니의 연인 정마담(김혜수)은 고니와 아귀를 끌어들여 목숨을 건 도박판을 마련하는데….

이 영화는 도입부에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는 일반적인 양식을 따르지 않았다.

중반을 지날 때까지 주요 인물들이 하나씩 등장해 극의 흐름에 전기를 마련한다.

이로써 이야기 전개는 예측하기 어렵고 흥미는 배가됐다.

'타짜'는 현란한 기술에 초점을 뒀던 기존 도박영화들과 달리 도박사의 야수성과 폭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은 뛰어나지만 야수성이 부족한 '짝귀'와 '고광렬' 등은 '고니''평경장''아귀' 등에 비해 한 수 아래다.

화투(조작) 기술은 결국 발각되게 마련이고,이때 당사자는 불구나 죽음의 형벌을 받는다.

이는 돈을 삶의 목표로 삼는 도박사들의 가치관에 기인한다.

"돈이 중요하지,사람이 중요하냐?"란 대사에 주제가 함축돼 있다.

흥미를 북돋우는 또 다른 요소는 캐릭터들의 앙상블 연기다.

고니,아귀,짝귀,평경장,정마담 등은 이름만큼이나 강렬한 개성을 드러낸다.

이들의 천변만화하는 표정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특히 고니역 조승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깡다구'를 그럴듯하게 표현해냈다.

위기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능글맞은 태도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아귀역 김윤석도 선한 외모를 감추고 진짜 '악귀' 같은 연기를 태연하게 해냈다.

정마담역 김혜수도 한국 영화에 보기 드문 '팜므파탈'을 창조했다.

정마담은 탐욕에 순정을 파묻고,'호구'들을 유혹해 희생시키는 사악한 뱀과 같은 여인이다.

28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