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은 된장녀를 '외국 고급 명품과 문화만을 좇는 허영심 가득한 한국 여성','머리에 똥(된장)이 가득한 젊은 여성','극단적 페미니즘을 신봉해 남성을 혐오하면서도 남자들에게 붙어 이득을 챙기려는 이중적인 여자'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된장녀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로 급속도로 퍼졌고 '된장녀 키우기 2.0'이라는 플래시게임도 나왔다.
'대한민국 상류층을 꿈꾸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게임은 평범한 여성 캐릭터를 '된장녀'로 만드는 것이 목표.된장녀에 대응하는 '고추장남'까지 등장했다.
300원을 아끼기 위해 마을버스를 타고 구내식당 갈 돈이 아까워 학교 밖 편의점을 이용하는 궁상 떠는 남학생이다.
된장녀 논란은 남녀 성대결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대다수 네티즌은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싸움을 끝내자"고 얘기한다.
아이디 'moonriver'는 "왜 여자만 비난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고 아이디 '새바람'은 "인터넷에서는 된장녀를 욕하지만 현실에서는 잘 꾸미고 예쁜 여성을 좋아하는 게 남자의 심리 아니냐"고 비꼬았다.
된장녀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많은 남성 네티즌이 분개하고 비판하는 된장녀의 이미지는 일부 여성의 소비문화 및 데이트문화와 맞닿아 있다.
대부분 전문가는 "외국계 커피전문점,패밀리 레스토랑 등 소비력 강한 서구문화에 대한 반발을 젊은 여성에게 투영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성 마초 중심의 인터넷 문화가 공격할 거리를 찾은 셈"이라며 일축한다.
된장녀 확산에 불을 붙인 만화 '된장녀와 사귈 때 해야 될 9가지'를 그린 한 남성 네티즌은 이 만화를 그린 이유에 대해 "웃기려고" "재밌으니까"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미니홈피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별 문제의식 없이 그렸다는 것.이 네티즌 역시 자신의 만화가 이렇게 큰 이슈가 될 줄은 몰랐다고 소회한다.
사실 'XX녀'가 세간의 관심으로 떠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뜨거운 감자였던 '개똥녀'를 비롯해 '딸녀'와 '떨녀',독일 월드컵 때 등장한 '엘프녀' '시청녀' '치우녀'까지.이들 '~녀'는 여성에 대한 무시와 희화화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앞으로 이런 'XX녀' 시리즈가 더 이상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이슈가 터지면 우르르 모여들어 논의를 확대 재생산하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다원성과 다양성을 우선 인정하지 않는다면 획일적 잣대에 희생되는 수많은 여성이 더 나올 것이다.
왜 이런 'XX녀'가 계속 나오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