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은 강경 덕에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던 충남 논산의 은진이 지금은 젓갈시장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니,논산시에 딸린 조그만 면으로 옛날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올해 초 '다시쓰는 택리지'(전5권)의 마지막 권을 완성했던 문화사학자 신정일씨(52·황토현문화연구소장)가 또다른 역작 '대동여지도로 사라진 옛고을을 가다 1ㆍ2ㆍ3'(황금나침반)을 내놨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표시돼 있지만 거의 잊혀진 옛 고을 90곳을 훑은 여행역사서.

25년간 남한 8개강과 영남대로,삼남대로 등 1만2000km를 걸어서 답사한 그의 후·촉각은 예민하다 못해 안타깝기까지 하다.

책에 나오는 90곳은 번화했던 옛모습과 달리 쇠퇴하고 있거나 무분별한 개발로 황폐해지고 있다.

1권은 거대 상권이 형성됐거나 교통ㆍ군사 요지였던 곳.경남 창녕의 영산은 당시의 긍지와 달리 영산줄다리기나 문호장굿 등 예로부터 내려오는 민속놀이 외에는 과거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다.

2권은 풍광이 아름답기로 이름났지만 수몰되거나 위축된 곳.조선 문장가 김일손이 단양가던 길에 "그 경치가 아름다운 여인 같아 열 걸음을 걸어가며 아홉 번을 뒤돌아보았다"고 노래했던 청풍은 충주댐이 생기는 바람에 수몰됐다.

3권은 만해 한용운과 김좌진 장군이 태어났던 충남 결성 등 유명인을 많이 배출한 고을을 모았다.

그는 "이 책은 사라져간 고을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나의 사랑이자,그리움의 표시이며 헌사"라고 말한다.

각권 408~476쪽,1만6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