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완공 예정이지만 이 공장은 생산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비토 때문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칭다오 시정부의 말만 믿고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중앙정부는 △착공 때 정식 승인을 얻지 않았고 △대표적인 공급 과잉 업종이라며 '생산 불가 딱지'를 붙였다.
여기에는 중국석유회사 시노펙의 적극적인 반대 로비도 작용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최근 이원걸 산업자원부 차관이 찾아와 중앙정부에 승인을 간청했지만 반대 입장이 완고해 가동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생산도 못 하고 녹슬어버릴지 모를 5억달러짜리 공장의 기구한 사연은 중국 비즈니스가 최근 1~2년 새 얼마나 어려워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임금 상승과 노사분쟁 증가,금리 인상과 대출 제한,외국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와 인수·합병 제한,무서운 기술 추격….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이 같은 뉴스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이라는 고속 성장 열차에서 내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5일에도 중국 언론은 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근로계약제가 2008년 말 이전까지 전면 시행된다는 새로운 뉴스를 쏟아냈다.
까탈스러워지는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나가는 전사자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광둥성 둥관에선 한국인 사장 7명이 야반도주했다.
작년에만 평균 임금이 15% 오르고 전체 임금의 절반이나 되는 5대 사회보험 가입을 어기면 여지없이 벌금을 물어야 하는 데다 수출지원책마저 축소돼 두손을 들어버린 기업인들이다.
그래도 중국은 구매력 기준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 전체 비용도 한국보다는 아직 싼 매력적인 곳이다.
버릴 수도 없고 버려야 하는 곳도 아니다.
다음 달 24일이면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14년을 맞는다.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던 중국 진출도 최근 다시 붐을 이루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3개뿐이던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지주회사가 2003년 이후 포스코 SK LG화학 등을 시작으로 9개가 설립(예정 포함)돼 '2차 러시'라는 말까지 나온다.
SK는 중국에 그룹의 운명을 걸었을 정도다.
여건은 나빠지지만 물러설 수 없는 시장이기에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정부 정책에 순발력있게 대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신(新)차이나 리포트'를 시작하는 이유다.
베이징.상하이.톈진=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