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금융 영역 개척을 위해 이공계 인력을 특별히 모십니다.'

산업은행이 18일 신입행원 공채 공고를 내면서 밝힌 채용 지침이다.

은행권이 이공계 인재 수혈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파생상품 개발과 기술심사 능력 등이 금융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은행들이 공학마인드로 무장한 인력의 채용 및 양성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신입 행원 60여명을 채용키로 하고 오는 9월11~15일 서류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를 통해 이공계 인력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삼규 산업은행 인력개발부 팀장은 "기계공학 자원공학 산업공학 전공자를 선발할 계획"이라며 "이공계 인력 확보를 통해 중소기업 기술컨설팅과 해외 자원·에너지 개발사업 등 새로운 금융 업무 영역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앞서 지난해 하반기에도 63명의 신입 행원을 선발하면서 5명의 기술 분야 전문직을 따로 뽑았다.

이 중에는 변리사도 포함됐다.

또 올들어 일반기계학을 전공한 기술거래소 출신 박사 한 명을 특채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채용박람회를 정례화하고 있다.

작년에만 KAIST 학생 10명이 입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주로 금융수학 및 금융공학 전공자를 선발했다"며 "현재 영업점 실무를 익히고 있는 이들은 파생상품 등 금융 신상품 설계와 리스크 관리,자산운용 등의 전문 분야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금융공학 인력의 내부 양성에 힘쓰고 있다.

1996년부터 KAIST 금융공학 석사과정에 해마다 6명 안팎의 인력을 파견,금융공학 전문가를 키우고 있다.

현재도 내부 공모를 통해 엄선된 6명의 직원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은행권 이공계 인력이 주로 진출하는 쪽은 파생상품팀 딜링룸 기술심사팀 등 첨단 금융 분야다.

외환은행 금융공학팀의 경우 8명의 팀원 중 6명이 기계과 수학과 전자공학과 등 이공계 전공자로 구성됐다.

특히 서울대 수학과 93학번 동기 3명이 몰려 있어 행내에선 '수학 영재반'으로 불리기도 한다.

기술 분야 전공자의 임원 진출도 눈에 띈다.

김인철 산업은행 이사는 한양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 출신으로 기술부 과장,산업기술실장 기업금융실장 등을 거쳐 컨설팅 본부를 이끌고 있다.

같은 은행의 심인섭 이사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산업은행에 입행,기술부 기술역과 투자금융부 부부장,산업기술부장 등을 거쳐 현재 기술평가원장을 맡고 있다.

일반 뱅커들이 갖추지 못한 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평가받은 결과다.

은행권의 이공계 출신 인력 비중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뽑은 170명의 신입행원 중 이공계 출신은 12명(7%)에 그쳤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파생기법을 결합한 각종 신상품 개발이 활성화하고 기술력 평가가 기업여신 심사의 관건으로 부상하면서 금융권의 이공계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