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철강 경기는 1~2년 주기로 움직였지만 최근 사이클은 1~2분기로 짧아졌다.

진폭도 커졌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국내에서 포스코 이구택 회장만큼 철강 경기동향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전문가가 있을까.

그런 이 회장이 지난 9일 제7회 '철의 날 기념식'에서 의미 심장한 얘기를 꺼냈다.

한마디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졸면 죽는다"면서 철강가격의 변동주기가 너무 짧아져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 수급 불안 △중국 철강업계 급부상 △세계 철강업계의 대형화·통합 추세 등을 불예측성의 3대 원인으로 꼽았다.

그만큼 경영 계획 잡기가 어렵다는 것.

실제 중국산 열연강판 가격은 지난해 3월 t당 570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연말에는 340달러 수준까지 폭락했다.

이어 올 6월에는 다시 t당 500달러를 웃돌고 있다.

1년 새 t당 230달러의 변동폭을 보인 것이다.

포스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의 가격추이를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2003년 2분기 t당 35만5000원에서 지난해 2분기 59만5000원으로 급격히 치솟았다가 올 1분기에는 48만원으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3분기부터는 다시 52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1998년 5월부터 2002년 7월까지 무려 4년2개월 동안 t당 30만5000원을 유지했던 열연강판의 가격변동 주기가 1∼2분기로 짧아진 것이다.

냉연강판 가격도 열연강판 가격에 연동돼 1998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t당 40만9000원을 유지했다.

이후 2003년 2분기 47만원으로 오른 뒤 지난해 2분기에는 69만5000원으로 2년 만에 49%나 급등했으나 올 1분기에는 58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3분기부터 t당 60만원으로 다시 오르게 된다.

문제는 기초 소재인 철강재의 가격변동 주기가 이처럼 짧아지면서 주요 수요처인 가전 자동차 조선업체 등도 한 해 사업계획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 원가에서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가전부문은 한해 평균 80만t에 이르는 냉연강판 등의 철강재를 사용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5000억원에 달해 철강가격이 평균 10% 오르내릴 경우 500억원의 원가변동 요인을 안게 된다.

지난해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포함,총 1조5000억원어치(340만t)의 철강재를 소비한 현대자동차는 더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철강재 원가비중이 8.3%인데 2분기 만에 가격이 변동돼 사업계획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