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량으로 발행한 해외 CB(전환사채)·BW(신주인수권부사채)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주가가 전환가를 밑돌면서 CB·BW를 인수한 해외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로선 주가 하락으로 증자나 CB·BW 추가발행 등 상환을 위한 자금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7월 중순 이후에는 금융당국이 해외CB·BW 발행을 규제할 예정이어서 자칫 코스닥 자금대란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외투자자 잇단 풋옵션 행사

코스닥 상장업체인 A사는 지난해 6월 700만달러 규모의 해외CB를 발행했다.

당시 주가는 5000원대였고 전환가는 3000원대였다.

최근 이 회사의 주가가 1000원대까지 폭락하자 CB를 사들인 해외투자자는 인수 후 1년이 되는 날 원리금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A사는 상환해줄 자금이 없었다.

결국 A사는 해외투자자에게 사정을 해가며 전환가가 낮은 새 CB를 발행해주는 선에서 겨우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A사의 경우처럼 지난해 발행한 해외CB와 BW 인수자로부터 조기상환을 요청받는 코스닥업체들이 늘고 있다.

해외CB·BW의 만기는 보통 3년이지만 대부분 '발행 후 1년이 되는 날 원리금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풋옵션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주가가 전환가를 크게 밑돌자 해외투자자들이 만기까지 기다리기보다 중도에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량으로 CB·BW를 발행했다가 최근 주가가 급락한 기업들은 대부분 풋옵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최근 주가 하락으로 유상증자나 해외증권 발행이 어려워져 풋옵션을 해결할 수 있는 기업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기업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발행한 해외CB·BW는 5400억원대에 달한다.

○규제안 나오면 자금난 더 심각

더 큰 문제는 금융감독원이 7월 중에 해외CB·BW 발행을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A사처럼 차환발행마저도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기업들의 무분별한 해외사채 발행을 막기 위해 해외CB·BW 발행 후 1년 이내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해외증권 발행과 관련한 각종 이면계약을 공시토록 관련 규정을 7월 중 개정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되면 해외증권 발행여부를 사실상 금감위가 심사하게 돼 발행규모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CB·BW 투자자들이 수익성이 악화돼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화된 규제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자금조달 통로가 완전히 막히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를 보호하려다 기업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