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 하강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상 카드를 선택함으로써 금리 인상이 경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은과 재정경제부는 일단 "콜금리 인상이 경기에 별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5월 소비자기대지수가 8개월 만에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는 등 각종 경기 선행지표들이 일제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자칫 경기 침체의 '뇌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미션단도 이날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고유가와 더불어 고금리를 지목했다.


○한은·재경부 "경기 괜찮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가와 환율이 큰 폭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경기 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낙관론을 피력한 데는 이번 인상으로 콜 금리가 연 4.25%까지 높아져도 여전히 중립 금리 수준 이하라는 내부 분석이 작용한 듯하다.

이 총재는 "이번 인상이 목표 수준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평소 금리 인상 신중론을 펼쳤던 재경부의 입장도 한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번 콜금리 인상이 경기 상승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 하강 가속화될 수도

정부 당국의 이 같은 낙관론과 달리 전문가들은 콜금리 인상이 앞으로 경기 하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IMF미션단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가 정부의 예상치보다 높은 5.5%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고금리를 향후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조슈아 펠만 IMF미션단 단장은 "세계 금융 상황의 경색은 한국 내에 고금리를 유발할 수 있다"며 "고금리는 빚을 안고 있는 가계와 중소기업에 압박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펠만 단장은 따라서 "성급한 신용위축(금리 상승)으로 성장을 위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콜금리가 중립적인 금리 수준에 상당히 가까워져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에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경기 둔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인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콜금리 인상으로 소비와 투자가 어느 정도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굳이 콜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