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융합 서비스가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주무 기관인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간 법제정비 논의가 10개월째 중단됐다.

두 기관이 지난해 8월 고위정책협의회를 연 후 이렇다할 협의 없이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인터넷TV(IPTV) 사업과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 구성방안 등 굵직한 안건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위와 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노준형 정통부 장관과 노성대 방송위원장이 4월 중 방송·통신 고위정책협의회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두 기관은 아직까지 실무협의조차 하지 못했다.

방송위 2기 위원들의 임기가 지난달 9일 끝났는데도 아직까지 3기 위원이 선임되지 않은 상태여서 협의회를 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협의는 없었지만 비공식적으로 실무자끼리 접촉해왔다"면서 "대통령과 국회 등의 추천을 거쳐 3기 방송위 위원이 선임되고 나면 고위정책협의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7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재구성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3기 방송위 위원 선임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고위정책협의회는 2004년 11월 처음 열렸고 분기마다 한 차례 열기로 했으나 지난해에는 6월과 8월 두 차례만 열렸고 올해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그동안 고위정책협의회에서는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활성화 논의만 진전됐을 뿐 인터넷TV 시범사업이나 방송통신 구조개편 등에 대해서는 두 부처 의견이 엇갈렸다.

방송·통신 융합과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은 참여정부 공약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때 방송·통신 융합 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정통부와 방송위의 의견대립으로 기구개편이나 법제정비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방통융합 서비스 등에 대해 국무조정실이 중재 역할을 하는 멀티미디어정책협의회마저 사실상 해체됐다는 점이다.

각 부처 실무자들로 구성된 멀티미디어정책협의회는 지난해 초 몇 차례 열렸을 뿐 방통융합 서비스에 대한 방송위와 정통부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추진하는 인터넷TV에 대해선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방송위는 인터넷TV는 방송이기 때문에 방송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입장이고 정통부는 융합서비스법을 만들어 가능한 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홍콩 미국 등지에서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TV를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한국이 당국 협의가 늦어져 아직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두 기관이 융합 서비스를 놓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