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더 커진 한국의 CEO] "사회공헌.상생협력 어떻게‥부담"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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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예상대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인재확보,노무관리 등 ‘먹고 살 걱정’을 하느라 CEO들의 스트레스는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CEO 10명 가운데 9명이 지난해보다 스트레스가 늘었다고 응답한데는 ‘환율 스트레스’가 우선 꼽히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반(反)기업정서의 확산,투서와 이에 따른 검찰 수사,세무조사 압박,적대적 기업 M&A(인수합병) 위협 등 경영외적인 요소도 적잖이 작용했음이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 스트레스 강도 매우 높아
CEO 10명 중 8명 이상이 높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스스로 느끼는 스트레스 강도에 대해 △매우 높다 15.7% △높다 68.5% 등 84.2%가 '높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는 응답은 13.9%이고 강도가 낮다는 경우는 전체의 1.9%에 불과했다.
CEO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강도를 수치로 환산한 결과 100을 한계점으로 가정했을 때 현시점의 스트레스 지수가 81∼90에 달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33.6%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71∼80이 29.0% △90 이상이 15.0% △61∼70이 13.1%로 나왔다.
41∼50과 51∼60이라는 응답은 각각 4.7%였으며 40 이하라는 응답은 없었다.
중간값(81∼90의 경우 85)을 어림잡아 가중평균할 경우 전체 응답자들의 스트레스 지수 평균은 77.7로 나타난다.
◆ 환율 스트레스가 가장 심해
경영측면에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는 '환율하락과 유가·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이 35.2%로 가장 많았다.
올 들어 급격히 진행된 환율하락과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유가 상승이 CEO들의 스트레스를 지난해보다 악화시킨 주범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경쟁(25.9%)과 신기술 개발(13.0%),인재 확보 등 조직관리(9.3%)에 대한 부담이 원가 상승의 뒤를 이어 CEO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무한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 소비자관계(7.4%)와 노사관계(3.7%)도 경영측면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혔다.
소비자 권리가 강화되면서 만성적인 노사대립보다 더 높은 응답률을 보인 점이 주목된다.
◆ 경영외적인 압박도 가중
CEO들은 본연의 임무인 경영 외에도 경영외적 요인들 때문에 1년 전보다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영외적인 스트레스 요인 가운데 으뜸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이 내놓는 '정부정책의 잦은 변경'(33.7%)이 꼽혔다.
이어서 확산되는 반(反)기업정서(21.4%),시민단체의 요구(11.2%),검찰의 수사 가능성(7.1%) 등이 뒤를 이었다.
적대적 M&A 위협(6.1%),사회공헌 부담(5.1%),세무조사 압박감(4.1%) 등도 고른 응답률을 보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은 정상적으로 경영했지만 정부정책의 잦은 변경으로 뒤늦게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히게 된다"며 "반기업정서가 확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 협력업체의 투서나 부하직원의 배신,각종 선거에 대한 부담도 CEO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으로 꼽혔다.
사회공헌에 대한 부담 여부를 별도로 문의한 결과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이 57.4%로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42.6%)보다 많아 사회공헌이 본래의 순수한 의도에서 벗어나 기업들의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적대적 M&A 우려에 대해 명백한 위협이 있다는 응답은 0.9%에 불과했지만 잠재적 위협을 느끼거나(14.8%),지금은 문제가 없지만 언제 닥칠지 몰라 불안하다(47.2%)는 응답이 많아 경영권 방어에 대한 CEO들의 스트레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검찰수사 확대 가능성에 촉각
검찰의 수사대상 리스트에 오를 우려가 있다는 응답은 6.5%(없다 93.5%)에 불과했지만 내부고발이나 협력업체의 투서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응답은 12.1%(없다 87.9%)로 두 배 이상 수치가 높아 최근 대기업에 대한 검찰수사 이후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선거 이후 대기업에 대한 수사 확대 얘기가 최근 흘러나오고 있어 경영진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내부 보안이나 퇴직자 관리를 강화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새롭게 더욱 강화하는 경우는 6.5%에 불과했고 통상적인 수준에서 강화하거나(60.2%) 현 수준을 유지한다(32.4%)는 응답이 대부분이어서 최근 검찰의 대기업 수사 사태에도 불구하고 내부단속을 강화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수사나 세무조사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5·31 지방선거 이후 2∼3개월이라는 응답이 31.8%로 가장 많았지만 '현 정권 끝날 때까지'라는 응답도 29.9%에 달해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기업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태웅·김형호 기자 redael@hankyung.com
#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설문조사는 국내 주요 기업 CEO를 대상으로 전자메일을 활용한 서면 인터뷰 형식으로 실시됐다.
설문에 참여한 CEO를 업종별로 분류하면 △자동차·기계·조선업 9개사 △전자업체가 12개사 △에너지화학업체 17개사 △섬유의류 4개사 △철강금속 4개사 등이었다.
또 △IT·벤처기업 12개사 △건설업 14개사 △무역·유통업 6개사 △운수·서비스업 4개사 △식품음료 10개사 △기타 제조업 8개사도 설문에 응했다.
이밖에 3개 지주회사의 CEO도 설문에 참여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인재확보,노무관리 등 ‘먹고 살 걱정’을 하느라 CEO들의 스트레스는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CEO 10명 가운데 9명이 지난해보다 스트레스가 늘었다고 응답한데는 ‘환율 스트레스’가 우선 꼽히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반(反)기업정서의 확산,투서와 이에 따른 검찰 수사,세무조사 압박,적대적 기업 M&A(인수합병) 위협 등 경영외적인 요소도 적잖이 작용했음이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 스트레스 강도 매우 높아
CEO 10명 중 8명 이상이 높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스스로 느끼는 스트레스 강도에 대해 △매우 높다 15.7% △높다 68.5% 등 84.2%가 '높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는 응답은 13.9%이고 강도가 낮다는 경우는 전체의 1.9%에 불과했다.
CEO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강도를 수치로 환산한 결과 100을 한계점으로 가정했을 때 현시점의 스트레스 지수가 81∼90에 달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33.6%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71∼80이 29.0% △90 이상이 15.0% △61∼70이 13.1%로 나왔다.
41∼50과 51∼60이라는 응답은 각각 4.7%였으며 40 이하라는 응답은 없었다.
중간값(81∼90의 경우 85)을 어림잡아 가중평균할 경우 전체 응답자들의 스트레스 지수 평균은 77.7로 나타난다.
◆ 환율 스트레스가 가장 심해
경영측면에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는 '환율하락과 유가·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이 35.2%로 가장 많았다.
올 들어 급격히 진행된 환율하락과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유가 상승이 CEO들의 스트레스를 지난해보다 악화시킨 주범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경쟁(25.9%)과 신기술 개발(13.0%),인재 확보 등 조직관리(9.3%)에 대한 부담이 원가 상승의 뒤를 이어 CEO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무한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 소비자관계(7.4%)와 노사관계(3.7%)도 경영측면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혔다.
소비자 권리가 강화되면서 만성적인 노사대립보다 더 높은 응답률을 보인 점이 주목된다.
◆ 경영외적인 압박도 가중
CEO들은 본연의 임무인 경영 외에도 경영외적 요인들 때문에 1년 전보다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영외적인 스트레스 요인 가운데 으뜸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이 내놓는 '정부정책의 잦은 변경'(33.7%)이 꼽혔다.
이어서 확산되는 반(反)기업정서(21.4%),시민단체의 요구(11.2%),검찰의 수사 가능성(7.1%) 등이 뒤를 이었다.
적대적 M&A 위협(6.1%),사회공헌 부담(5.1%),세무조사 압박감(4.1%) 등도 고른 응답률을 보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은 정상적으로 경영했지만 정부정책의 잦은 변경으로 뒤늦게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히게 된다"며 "반기업정서가 확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 협력업체의 투서나 부하직원의 배신,각종 선거에 대한 부담도 CEO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으로 꼽혔다.
사회공헌에 대한 부담 여부를 별도로 문의한 결과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이 57.4%로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42.6%)보다 많아 사회공헌이 본래의 순수한 의도에서 벗어나 기업들의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적대적 M&A 우려에 대해 명백한 위협이 있다는 응답은 0.9%에 불과했지만 잠재적 위협을 느끼거나(14.8%),지금은 문제가 없지만 언제 닥칠지 몰라 불안하다(47.2%)는 응답이 많아 경영권 방어에 대한 CEO들의 스트레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검찰수사 확대 가능성에 촉각
검찰의 수사대상 리스트에 오를 우려가 있다는 응답은 6.5%(없다 93.5%)에 불과했지만 내부고발이나 협력업체의 투서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응답은 12.1%(없다 87.9%)로 두 배 이상 수치가 높아 최근 대기업에 대한 검찰수사 이후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선거 이후 대기업에 대한 수사 확대 얘기가 최근 흘러나오고 있어 경영진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내부 보안이나 퇴직자 관리를 강화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새롭게 더욱 강화하는 경우는 6.5%에 불과했고 통상적인 수준에서 강화하거나(60.2%) 현 수준을 유지한다(32.4%)는 응답이 대부분이어서 최근 검찰의 대기업 수사 사태에도 불구하고 내부단속을 강화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수사나 세무조사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5·31 지방선거 이후 2∼3개월이라는 응답이 31.8%로 가장 많았지만 '현 정권 끝날 때까지'라는 응답도 29.9%에 달해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기업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태웅·김형호 기자 redael@hankyung.com
#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설문조사는 국내 주요 기업 CEO를 대상으로 전자메일을 활용한 서면 인터뷰 형식으로 실시됐다.
설문에 참여한 CEO를 업종별로 분류하면 △자동차·기계·조선업 9개사 △전자업체가 12개사 △에너지화학업체 17개사 △섬유의류 4개사 △철강금속 4개사 등이었다.
또 △IT·벤처기업 12개사 △건설업 14개사 △무역·유통업 6개사 △운수·서비스업 4개사 △식품음료 10개사 △기타 제조업 8개사도 설문에 응했다.
이밖에 3개 지주회사의 CEO도 설문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