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 만에 원·달러 환율은 1040원대에서 930원대로 하락,11%가량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환율 바닥을 예측하기조차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오석태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인 환율 전망은 전적으로 새롭게 시작된 글로벌 달러 약세 움직임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초 940원이 무너진 뒤 곧바로 930원대 중반까지 밀렸다.
이로써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997년 10월24일(929.50원)이후 8년6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요인으로만 보면 환율이 한쪽 방향으로만 쏠릴 정도는 아니다.
경상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외국인들은 지난달 24일 이후 1조7000여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에서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들이 생겼다.
그런데도 외환시장의 참가자들은 이런 요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마저 금리인상에 동참할 가능성 등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환당국도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에 기가 질린 듯 이날 하루 종일 방관적인 태도를 보였고 막판에 가서야 종가관리 차원에서 소량의 주문을 냈을 뿐이다.
지난주 20억달러로 추정되는 시장개입을 통해 940원선을 지켜냈던 투지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 등 수출관련 업체들이 쏟아내는 달러매도 물량을 받아낸 세력은 그나마 정유사 등 일부 수입업체들이었다.
◆ 넘쳐나는 외환보유액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2228억9000만달러로 전달보다 55억5000만달러 늘어났다.
유로와 엔 등의 달러화 환산액이 늘어난 데다 보유외환 운용수익도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여기에다 외환시장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도 외환보유액을 늘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인도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들의 외환보유액이 모두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8750억달러로 3개월 만에 500억달러나 늘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절상을 촉구하는 선진7개국(G7)의 압력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오정석 KB선물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92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며 "특정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해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