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달리기'를 소재로 삼은 할리우드영화 '포레스트 검프'와 한국영화 '말아톤'의 주인공들은 자아발견의 수단으로 마라톤을 택했다.

그러나 권수경 감독의 '맨발의 기봉이'에서 장애인 주인공은 순전히 팔순 노모에게 틀니를 사주기 위해 상금이 걸린 마라톤 경기에 출전한다.

그러나 그는 선천성 심장 질환으로 오래 뛰어서는 안된다.

영화는 자기 희생을 각오한 효심이 유머러스한 상황으로 펼쳐지며 큰 울림을 낳는다.

주인공 엄기봉(신현준)은 어릴 때 열병으로 지능이 멈춘 40세의 실존인물을 모델로 삼았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김수미)에게 매일 아침 세숫물을 데워준다.

이가 없는 노모가 음식을 씹지 못하고 삼키는 통에 체했을 때면 엄지손가락 마디를 따준다.

그는 또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멱따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동네 허드렛일을 한 대가로 얻은 음식을 어머니께 신속히 전달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이 작품에는 이처럼 우리가 잊어버린 효심이 장애인의 일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로 표현돼 있다.

기봉은 늘 웃고 그를 바라보는 어머니도 행복하다.

때문에 두 모자가 살고 있는 움막은 비록 누추하지만 '천국'과도 같다.

대조적으로 보통사람을 대변하는 마을 이장댁 부자(父子)의 집은 '지옥'이다.

이장(임하룡)은 이기적인 아들(탁재훈) 때문에 늘 수심이 가득하다.

장애인의 집이 정상인의 가정보다 훨씬 행복한 것이다.

이 작품은 이처럼 장애인에게 그저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찬사를 보낸다.

다분히 동정적인 눈길에 머물렀던 '말아톤'과 '포레스트 검프'와는 이 지점에서 차별화된다.

기봉의 효심은 이장 부자를 비롯한 주변인들까지 감화시켜 변화하도록 이끈다.

'바보'의 순수한 마음이야말로 영악한 우리들의 참스승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러나 정상인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한 일부 장면은 다소 과장돼 있다.

동네 사람들의 비행을 찍은 사진 장면들은 장애인과 정상인을 효과적으로 대비시킬 수는 있지만 훈훈한 인정을 담아내는 전체 흐름에서는 튄다.

26일 개봉,전체.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