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최종 인수 후보로 선정된 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과 막판 고배를 마신 하나금융의 김승유 회장,그리고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간의 미묘한 '3각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인연은 2002년 7월 서울은행 인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서울은행을 매물로 내놓았고 김승유 행장이 이끄는 하나은행과 론스타가 맞붙어 '진검 승부'를 벌였다.


결국 재입찰까지 가는 피말리는 승부 끝에 하나은행이 론스타를 물리치고 서울은행을 품에 안았다.


서울은행장으로 매각 작업을 담당한 인물이 바로 강정원 행장.이때 그가 보인 능력은 후에 국민은행장으로 전격 변신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나 이들은 외환은행 인수전에도 역할을 바꿔 그대로 출연했다.


이번엔 론스타가 매각주체로 나선 가운데 강 행장은 국민은행장으로,김 행장은 하나금융 회장으로 인수전을 진두지휘하며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를 벌였다.


결국 론스타는 강 행장의 손을 들어줬고 보람은행 충청은행 서울은행 대투증권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M&A 귀재'라는 평가를 받아온 김 회장은 첫 고배를 들었다.


특히 이들의 인연은 경기고 동문이라는 끈으로 연결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강 행장은 경기고 65회로 김 회장(57회)의 8년 후배다.


강 행장은 1966년 경기고에 입학했다가 고교 2학년 때 부친을 따라 홍콩 국제학교로 전학가 동창회 명부에는 이름이 올라 있지 않지만 명예동문 대접을 받고 있다.


론스타 한국지사를 이끌며 이번 매각 실무작업에 참여한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사장(외환은행 사외이사)도 강 행장의 경기고 입학 동기다.


㈜대우 미국 지사장과 ㈜신한 상무이사 등을 지낸 뒤 2000년 론스타에 합류한 유 사장은 강 행장과 종종 사적으로 만나 친분을 나누는 사이로 알려졌다.


김승유 회장은 24일 깨끗한 승복 의사를 밝혀 과열 우려까지 낳았던 국민 하나 간 외환은행 인수전을 '유종의 미'로 장식했다.


김 회장은 이날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패장으로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국민은행에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은행계 맏형 격인 김 회장의 이날 발언은 향후 자산 300조원의 공룡은행을 이끌 후배(강 행장)에 대한 선배의 따뜻한 격려를 담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