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등 독주(1인당 소비량 연간 4.5ℓ,2002년 기준 세계 4위)에 이어 와인에서도 세계적인 소비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덕분에 최고급 스페인산 와인으로 꼽히는 '베가 시실리아'의 오너(소유주)가 시장 분석을 위해 지난달 22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국을 대하는 '와인 명가(名家)'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지고 있다.
'와인 파워'의 지표로 일컬어지는 '앨러케이션 와인(allocation wine·산지 와이너리들이 각국별로 한정량만 할당해주는 명품 와인)'의 한국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한국 와인시장,'위스키 게 섰거라'
1일 두산 주류BG에 따르면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2000년 1323억원에서 작년 3657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 규모는 411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분위기를 즐기는 애주가들의 선호에 힘입어 와인 소비가 이처럼 빠르게 늘어나면서 프랑스 스페인 등 콧대가 높기만 하던 유럽 와인 생산국들이 한국을 향한 '러브콜'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그랑크뤼 연맹'에 속한 55명의 '샤토' 시리즈 와인 대표단과 '샤토 오브리옹'의 소유주인 찰스 룩셈부르크 왕자,세계 최고 와인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 '페트뤼스'의 소유주 등이 잇달아 방한하는 등 한국시장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달 중 이탈리아의 명가인 '안젤로 가야'의 대표도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수입량을 결정하기 위해 본사 사람들이 오기는 하지만 오너가 직접 방한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그만큼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샀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명품 와인' 수입 급증
한국의 와인 파워가 강해지면서 '로마네콩티(프랑스)''사시카이아(이탈리아)' 등 명품 와인의 국내 수입할당량이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1996∼2002년 매년 480병으로 제한됐던 사시카이아는 2003∼2005년 600병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200병으로 급증했다.
최하급이라도 350만원을 호가하는 로마네콩티의 경우 수입 첫해였던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총 생산량의 0.5%만 배정됐으나 2004년엔 0.65%로,올해는 0.75%로 늘어났다.
이종훈 신동와인 대표는 "한국을 바라보는 와인 생산국들의 시각이 변했다는 방증"이라며 "이달 방한키로 예정돼 있는 안젤로 가야 오너로부터 앨러케이션 와인 수입량 증가 약속을 받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시카이아 수입사인 아영의 김영심 실장은 "지난해 최대 수입국은 미국으로 총 60%를 차지했고 독일 영국 스위스 일본 등이 뒤를 이었다"며 "조만간 한국이 일본에 버금가는 와인 수입국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