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KT&G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계기로 주식 보유 기간에 따라 의결권을 차등 부과하는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주식 등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M&A 공격 및 방어 수단 간 형평성뿐 아니라 기업들의 증시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경영권 위협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26일 "국가 기간산업 분야 기업조차 적대적 M&A 위협에 시달린다는 지적이 많을 뿐 아니라 적대적 M&A 당사자 간 공격과 방어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이 필요하다"며 "도입에 따른 장·단점 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최근 열린 '자본시장 CEO포럼' 강연에서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인 직접 금융 활성화를 위해 일반 기업도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지 않고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상법 개정 방향의 열쇠를 쥐고 있는 법무부 산하 회사법 개정 특별분과위원회는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 등에 대한 그동안의 부정적 입장을 바꿔 최근 도입을 논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법무부 특별분과위는 복수의결권 주식과 트래킹 주식(의결권 없이 기업 내 특정 사업부 수익과 연동해 배당을 받는 주식) 등을 중심으로 논의하되 포이즌필(독약 처방·적대적 M&A 때 기존 주주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해 M&A 세력의 지분율을 낮추는 제도) 등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오는 4월까지 상법 개정 초안을 마련한 뒤 상반기 중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KT&G 사태로 경영권 방어가 화두가 되면서 분과위 내 몇몇 위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다양한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발행 주식의 종류를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지만 어디까지 허용할지와 단기 논의 사안인지,중장기 과제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KT&G는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아이칸측의 주식 매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정했다.

KT&G 관계자는 "아이칸측의 요구에는 모호한 측면이 많다"며 "정면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T&G가 최근 자사주 300만주를 매입 소각하면서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의 지분율은 5.85%에서 5.96%로,자사주는 9.58%에서 9.76%로 높아졌다.

김수언·정인설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