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5:29
수정2006.04.08 19:36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서도 한국 원화가 유독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원화는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3.5% 절상(환율 하락)됐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4.1%)를 제외하면 아시아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절상률이다.
원화는 지난해에도 대부분의 통화가 미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 사이 '나홀로 강세'를 유지했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선 2003년 9월 두바이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G7 재무장관들은 각국이 보다 유연한 환율제도로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고 이 여파로 일본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들은 미국 달러화에 대해 급격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 원화만 유독 2004년 하반기까지 '나홀로 약세'를 유지하면서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신용카드 버블 붕괴로 내수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수출마저 무너지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외환당국이 강력한 시장 개입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해 10월 국정 감사에서 외환당국의 무리한 시장개입 정책은 국회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고 이후 외환당국은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그러자 원화는 급격하게 강세로 돌아섰다.
2004년 10월까지만 해도 1100~1200원 사이에서 움직였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석 달 만에 1041원까지 급락했고 2005년 상반기에는 급기야 세자릿수까지 추락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작년 이후 원화의 '나홀로 강세'는 2003년 10월 이래 1년간 한국 원화만 '나홀로 약세'를 보인 데 따른 부메랑 효과 때문"이라며 "그 영향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4년 하반기 환율 폭락을 경험한 국내 수출기업들이 적극적인 선물환 매도에 나선 것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이영균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2004년 하반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선물환 거래를 본격화했다"며 "작년 한 해 선물환 순매도 규모가 무역 흑자 대비 약 80∼90%대에 달했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의 또 다른 이유로 한국 경제를 밝게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는 기본 배경을 빠뜨릴 수 없다.
물론 실제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세계 각국이 호황을 누린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 경제는 불황 국면에서 서성인 만큼 경기 사이클상 뒤늦게나마 경기 회복의 반등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투자 가치가 고평가되면서 원화 가치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