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금강,여름 봉래,가을 풍악 그리고 겨울 개골산이라 했던가.


말 그대로였다.


개골산에 눈이 덮이면 이내 설봉산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는 그마저도….


동해 멀리 공해상을 돌고돌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만 7년이 지났다.


이곳을 다녀간 남측 관광객도 지난해 말 무려 115만명을 넘어섰다.




이제 금강산은 북녘 땅을 밟아보며 분단의 아픔을 달래는 곳이 아니라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은 찾아야할 필수코스로 봐야하지 않을까.


관광객 규모와 7년이란 세월이 말해주듯 편의시설도 훌륭하게 마련돼 있다.


요즘 제철을 만난 털게를 맛깔나게 삶아 내오는 고성항 횟집,'평양랭면'의 진수를 보여주는 옥류관 금강산분점,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한 온정각 내 푸드코트 커피숍 24시간편의점까지. 남한의 여늬 명산보다 편의시설이 부족하지 않다.


대륙의 매서운 겨울 바람을 한 몸에 받아 옷을 벗어버린 개골산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에겐 대한민국 땅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그래서 낯설기까지 한 풍광을,등산보다는 산 아래 파전집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북한산 막걸리와 대동강 맥주가 기다리고 있다.


금강산의 정수,겨울의 그 이름 개골산으로 떠나보자.




◆외금강 전망대 수정봉


영롱한 수정의 빛을 간직했다 하여 명명된 수정봉은 외금강의 가장자리에서 쪽빛 동해를 한눈에 굽어보고 있다.


온정각에서 출발한 버스를 타고 만물상으로 오르는 길 초입의 경비초소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보인다.


완만한 경사가 맘을 놓이게 하는가 싶더니 조금씩 숨이 차오를 무렵 흐르는 물이 그대로 얼어붙은 와우폭포를 건너 금강수정 표식비~자라바위~누운 사람 바위얼굴~비둘기바위를 지나면 마지막 관문인 금강수정문이 열린다.


이 문을 통과해 10분이면 수정봉에 오르게 된다.


수정봉 코스는 왕복 4시간 정도의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급격한 경사에 도움시설이라곤 고작 바위에 박힌 엉성한 철 계단뿐이어서 등산 마니아들에게도 지루하지 않은 산행을 보장해 줄 듯하다.


절반이나 왔을까.


숨이 턱 밑에 차오를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신세계와 눈길끄는 바위에 매료된다.


북측 안내원의 "이제 절반"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눈앞에 들어오는 비둘기바위는 금방이라도 날아서 수정봉에 오를 기세다.


깎아놓은 듯한 거대한 바위에 놀라기 무섭게 곧바로 이어지는 금강산 최대의 돌문,정교하기 그지 없는 수정문이 나타난다.


이윽고 정상(773m)에 오르자 모습을 드러내는 동해를 한 몸에 품은 장전항. 마치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모양이라 하여 장전항이라 불린다.


항구 왼쪽으로 잿빛 건물들이 운집한 고성군이 보이고 항구를 떠나가려는 듯한 해금강 호텔이 멀리 보인다.


뒤를 돌아봤다.


병풍처럼 펼쳐진 집선봉,채하봉 등 외금강의 화려한 산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쉽게도 새벽 등반이 아니라 일출을 보진 못했지만,그 대략의 풍광만으로도 아침 일출의 장관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신선들의 놀이터 '만물상'


금강산에 첫 눈이 내린 지난해 12월 31일. 새벽녘에 갑작스레 내린 눈으로 운동화 차림의 관광객들이 애를 먹긴 했지만 겨울 금강산의 또 다른 이름,개골과 설봉을 동시에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기암괴석들의 비경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맞게 되는 만상정부터 시작된다.


기암괴석들의 비경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맞게 되는 만상정부터 시작된다.


세명의 신선이 서있는 듯한 삼선암을 둘러보고 귀신의 얼굴을 닮았다는 귀면암을 지나 천선대(976m)에 오르게 된다.


정상에 올라서면 깎아지른 듯한 암봉을 철계단과 로프에 의지해 힘겹게 오른 탓에 뿌듯한 맘마저 든다.


눈보라가 치는 날이라 만물상의 희미한 비경이 못내 아쉬웠지만 절경에 취해 지팡이를 잃었다는 절부암에서 북측 환경관리원 아가씨의 구성진 노래가락에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만물상의 장관을 한눈에 담기 위해서는 천선대 갈림길에서 왕복 1시간 거리의 제3망양대까지 가야한다.


제3망양대에 올라서면 수정봉과 오봉산,문필봉 등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따끈한 온천


매바위산 아래 자리잡은 금강산 온천장은 8000평 부지에 1000여명이 동시에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초대형 온천시설이다.


지하 200m에서 끌어올린 섭씨 40도남짓의 노천탕에 몸을 맡기면 산행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금강산이 음기가 강한 여산(女山)이라 남탕 여탕을 40일마다 번갈아 운영한다는 안내원의 설명엔 미소가 지어진다.


겨울 금강산 온천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도 연출된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둔 남녀 노천탕에선 담 너머 눈덩이 오가는 눈싸움이 그것. 산행의 고단함 속에 요란한 대한민국 도시가 궁금해질 때 쯤이면 어느새 눈을 감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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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패밀리 비치호텔 겨울엔 2박3일 34만원 ]


현재 금강산 등산코스는 만물상과 구룡연 두 가지로,수정봉에 오르기 위해선 미리 신청을 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은 버스를 통한 육로만 운영되고 있다.


강원도 고성의 금강산콘도에서 남측 출입국관리소를 지나 북측 출입사무소를 통과하는 데 약 1시간이 소요된다.


휴대폰은 가져갈 수 없으며 화폐는 미 달러를 사용한다.


해외사용이 가능한 신용카드도 가능하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금강산 옥류관에선 평양랭면(12달러)과 남한의 비빔냉면과 비슷한 쟁반랭면(15달러)을 평양의 맛 그대로 즐길 수 있다.


평양 본점에서 파견된 요리사와 접대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금강패밀리비치호텔은 고성항(장전항)을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통나무 고급 펜션 형태의 이 호텔은 오는 9월 금강산 골프장이 개장하면 예약이 힘들 전망이다.


성수기와 비수기,숙소 등급에 따라 여행상품 가격이 달라진다.


비수기인 겨울에는 2박3일의 경우 25만원(포레스트돔 5~6인실)부터 34만원(금강패밀리비치호텔 스탠다드 2인실),49만원(금강산호텔 디럭스스위트 2인실) 등 다양하다.


30명 이상이면 단체할인 혜택을 준다.


(02)3669-3000


금강산=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