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촘스키.불멸의 업적 '변형생성 문법'을 창안해 언어는 과학적으로 분석될 수 없다는 통념을 깬 학자.동시에 뉴욕타임스에 의해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인물.국제문제에서 강대국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횡포를 지속적으로 고발함으로써 '세계의 양심'으로 불린다. 한국의 광주 민주화운동 때 미국의 침묵을 비난하기도 했다. 어떤 작가는 "이 세계는 촘스키에 동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두 그룹으로 나뉜다"고까지 말한다. '촘스키,세상의 물음에 답하다'(피터 미첼 외 엮음,이종인 옮김,전3권.시대의창)는 그의 방대하면서 치밀한 통찰·사유를 담은 시리즈.뉴욕의 관선변호사 두 명이 지난 10년 동안의 간담회·연설회·세미나에서 있었던 대화를 집대성해 편집했다. 정치적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환경·인종에 걸친 폭넓은 분야를 소재로 했다. 풍성한 사실관계 자료를 동원,전 세계 권력기관들의 만행과 기만을 과감하게 폭로한다. 특히 과거 온갖 부정적 공식 기록을 보호하고 있던 이데올로기와 프로파간다(선전)의 베일을 벗겨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의 체제는 권력이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민중이 권력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나눠져 있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 정서는 높은 수위의 도덕적 분노다. '제3세계 정부를 쿠데타로 전복시키는 등 전쟁과 파괴의 배후에는 늘 미국이 있으며 이들의 장난에 세계는 피바람 잘 날이 없다. 니카라과와 엘살바도르,코소보와 캄보디아,그리고 전체 인구 70만명 중 20만명이 죽은 동티모르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죽였던 학살의 모델이 미국인들의 인디언 대살육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 모든 행위는 교육과 통제의 힘으로 합법화됐고 사람들은 침묵했다.' 이 책은 평화와 안식을 위해 '그들 권력자들만의 잔치에 동석하지 말라'고 말한다. 분화를 거듭하고 있는 사회를 하나의 질서로 통합시키려는 음모를 경계하고 그들의 이익에 '복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지난 7일 만 77세가 된 촘스키.헐뜯는 '적'들이 많아진 덕분에 이 노장은 날로 유명해져 가고 있다. 각권 300쪽 안팎,1만1000원씩.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