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때문에 망했다가 '디카' 덕택에 살아났습니다." 서울 강동구에서 10여년간 사진관을 운영해온 김기덕 사장(43)은 최근 늘어나는 인화 주문으로 하루하루가 즐겁다. 지난 8월 디지털 카메라 인화장비를 들여놓은 뒤 메모리 카드를 들고 찾아오는 디카족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사진관도 당초 롤 형태의 필름만 인화해 주는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필름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매출은 3년째 떨어졌고 점포 임대료를 내기도 벅찰 지경이었다. 결국 김씨는 디지털 카메라 사진 인화로 사업 방향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김씨는 "디지털 카메라 인화점으로 전환한 이후 매출이 40% 이상 늘어났다"며 "디카족들은 찍은 사진의 전체가 아닌 몇 장만을 인화하지만 전체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름 사진관'들이 '디지털 사진관'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 인화장비를 판매한 뒤 구매 업소를 가맹점으로 관리하는 한국후지필름은 12월 중 가맹점 1000호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는 2000년부터 디지털 인화장비를 팔아온 한국후지필름이 6년간 오프라인 사진관에만 1000대의 장비를 판매했다는 의미다. 고승훈 마케팅 실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8 대 2 수준이었던 필름 카메라 인화와 디지털 카메라 인화 비율이 올해 들어 5 대 5 선으로 비슷해졌다"며 "올해에만 1억원을 호가하는 디지털 인화장비 '프론티어'를 350대 팔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카메라 사진의 인화를 요청하는 고객들은 기존의 필름카메라 고객과는 주문 패턴이 다르다. 필름 고객들은 3X5인치의 사진을 주로 뽑지만 디카 고객들은 5X7,8X10,10X15인치 등 요청하는 사이즈가 다양하다. 포토샵으로 사진의 결점을 없애거나 다른 이미지를 사진과 합성한 후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인화를 요구하는 고객들도 많다. 눈을 감고 찍은 사진이나 빛이 많이 들어간 사진을 인화해 달라는 주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디지털 인화시장'은 SK네트웍스가 운영하고 있는 스코피(skopi.com)를 필두로 한 온라인 업체들과 후지필름이 주도하는 오프라인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체로 양측이 상대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후지 가맹점들은 사진을 맡기면 택배나 우편으로 사진을 우송해 주고 있다. 오프라인이지만 온라인식 택배서비스도 벌인다는 얘기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SK네트웍스는 사무실로 출근해 온라인 사이트에 사진을 올린 뒤 집과 가까운 곳에서 퇴근길에 찾아갈 수 있도록 오프라인 매장 13개를 운영하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근에는 광고나 작품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처럼 고객이 찍어온 사진으로 고급스러운 앨범을 만들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